돼지머리는 웃고 있었다 고삿상 위에서
저승길 편히 가라고 받은 노잣돈을 양 콧구멍에 돌돌 말아 끼고 쌍나발을 불 때 누군가 다리 하나를 가마솥에 삶았다
이제 안식의 날에 당도했으니 고요를 얻었다고 인간들은 복권이나 사라고 꿀꿀거린다
목에 칼이 들어올 때 울부짖던 것도 한 순간이었다고 절규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눈감으면 저승이라고 돼지머리는 생각하는 것이다
고삿상에서 인간들에게 절을 받는 것도 멱따는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 목숨 내 주고 받는 절이다
국밥 한 그릇이 되는 날 죽음조차 향기롭다고 웃고 있는 것이다 돼지머리가
■ 정성수 프로필 ■ 저서 : 시집/공든 탑. 동시집/첫꽃. 장편동화/폐암 걸린 호랑이 외 다수 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외 다수 전)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 현)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회장. 고글출판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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