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연수 첫 날
 
하송 시인
 
▲ 하송 시인    

어두운 실내에 빔 프로젝트 화면이 부드럽게 흐르고 강사선생님의 말소리가 사뿐사뿐 내려앉습니다. 말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어느 순간, 뚝 그칩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흠칫 놀라서 정신을 차리니 졸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하려고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점점 강사 목소리가 멀어지더니 또 뚝 그쳤습니다. 평소에 수업시간이나 연수시간에 졸지 않는 편입니다. 연속 이틀 동안, 낮에 활동양이 많고 밤에 수면이 부족하게 지내다 보니 정신력으로 버티긴 역부족 상태가 되었나봅니다.


그제, 어제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께서 올해 팔순이 되셨습니다. 뜻 깊은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어서 모든 자손(子孫)들이 동행해서 팔순 기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청년 체력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오랜 시간 보행이 어려워서 따뜻한 지역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게 일정을 정했습니다. 이번 여행 날짜에 맞춰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둘째 남동생 가족도 몇 년 만에 입국을 했습니다. 군 입대중인 조카 1명만 빼고 전원이 참석해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참 좋다."를 연발하며 기쁨을 표현하셨습니다.


연수 중에 조는 것이 민망해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왼쪽에 앉은 교장선생님도 `꾸벅꾸벅~` 중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올해 진갑(進甲)인데 90대 초반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노모 식사 챙기는 것부터 청소, 빨래 등 집안일로 항상 바쁘게 지냅니다. 주말에도 어머니 모시고 성당 다녀오고 친지 맞이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특히 월요일엔 피로가 더욱 극에 달하게 보여서 마음이 아픕니다. 오른 쪽에 앉은 후배 김 선생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와서 어제 집에 도착했습니다.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오늘 연수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미리 걱정을 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봅니다.


쉬는 시간엔 생기 있고 통통해진 얼굴로 친구들과 재미있게 여행을 다녀온 일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랫동안 투병하던 남편을 보내고 적지 않은 시간을 울적해 있었는데 점점 회복되어지는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얼마 전 겨울방학을 앞두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좀 쉬어야겠다. 기필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번 방학은…. ` 그런데 아뿔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강하고 있는 대학교 평생교육원 야간 시간에 또 1강좌를 추가 신청해서 화요일, 목요일 2개의 수업을 받게 됐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1주일 과정의 `교원 연수`를 신청해서 오늘 연수 첫날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뇌 활용 행복교육` 제목만으로도 얼마나 행복감이 밀려오는가! `학생에게 펼칠 행복교육`을 배울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었는데 머리만 띵~ 했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 연수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와서 벌러덩 누웠습니다. 일단 한 숨 자려는데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와서 통화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혼자 또 결심합니다. `기필코 오늘 밤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서 내일 연수에 충실하게 임하리라.`


작년에 제목에 반해서 책이 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한 책이 있습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입니다. 무척 부러워하며 제목만 보고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열심히 살지 않았는데, 이렇게 멋진 책을 출간하다니 정말 부럽다. 나도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만 하지 말고 진짜로 열심히 살지 않아볼까?`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과정이 축적되어 왔기에 지금의 성공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발판을 딛고 드디어 원하던 뜻을 이룬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배신감이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배신감이었습니다.


우린 모두 행복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그런데 신기루 같아서 그럴수록 멀리 달아나기도 합니다.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쉼 없이 매진만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을 배우려고 달리는 발걸음을 늦추고 자연 속에서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고를 때 행복이 나한테 스며들 여지를 주지 않을지!


 
기사입력: 2019/01/08 [15:47]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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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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