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인상, 국민의 담세능력 고려해야
 
이창형 논설위원ㆍ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 논설위원ㆍ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의 살림살이, 즉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이를 바탕으로 지출하는 경제활동을 `재정(財政)`이라고 한다. 가정에서 가계소득을 바탕으로 살림살이를 해 나가듯이 정부도 일정한 수입(收入)을 바탕으로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 가계에서 예산을 세우고 수입과 지출을 조절하듯이 정부도 예산을 세우고 수입과 지출을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출을 `세출(稅出)`, 정부의 수입을 `세입(稅入)`이라고 한다. 다만 가계는 수입에 따라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데 반해, 정부는 한 해 동안 지출해야 할 예산을 추정한 후에 필요한 자금을 세금 등으로 거두어들이는 방식을 취한다. 즉, 세출 규모를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세입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세출과 세입, 즉 재정 운영은 나라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경기가 불황일 때, 정부가 세출을 늘리면 기업의 투자지출과 가계의 소비지출을 늘려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


반면에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을 때, 세입 즉, 세금을 인상하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를 통과한 `2019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정부예산(총지출 기준)은 469조 5,752억 원으로 2018년도예산안에 비해 9.5% 증가하였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7%)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이한 점은 2009년 당시 예산안이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부문과 SOC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렸다면, 2019년 예산안은 주로 일자리 예산을 포함하여 보건복지노동 부문에 집중적으로 배분되었다. 어떻든 올해 지출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세입예산을 맞추기 위한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만약 올해 경기불황이 지속되어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면, 정부차입을 늘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2021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2.0%에서 2.6%로 상승하고, 국가채무 역시 GDP 대비 40.4%에서 40.9%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하며, 재정 운용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세입과 세출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예산결손(세출>세입)이 생긴다면 정부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반대로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 세입>세출)이 생기는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부당한 조세를 부담케 경제적 손실을 끼친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잉여금의 발생은 세출 규모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무리하게 세금을 인상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과다한 세율인상은 기업가와 근로자의 경제활동에 대한 의욕을 감퇴시키고, 소비수준과 저축성향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국민이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담세능력이라 한다. 조세는 국민 각자의 담세능력에 알맞도록 공평하게 부담시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담세능력을 초과하는 지나친 세금인상은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으므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세가 국민의 담세능력을 무시하고 불공평하거나 무리하게 부과될 때 납세자는 저항감을 갖게 된다. 이를 조세저항(租稅抵抗)이라고 한다. 정부는 국민의 조세저항을 피하고 조세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해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확립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조세공평부담의 원칙은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는 정부의 최선의 재정정책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초의 조세저항 운동은 1773년 미국에서 일어났다. 영국 식민지 시절 무리한 세금 징수에 분노한 보스턴 시민들이 영국 정부가 과세한 홍차를 거부하면서 보스턴 항구에 수입되려던 홍차를 모두 바다에 던져버린 사건이 있었다. 이 보스턴 차사건(Boston Tea Party)은 나중에 미국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최근 프랑스에서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여 일어난 노란조끼 운동도 대표적인 조세저항의 사례이다. 조세는 무엇보다도 납세자의 소득, 재산, 부(富)와 같은 경제적 담세능력을 고려하여 부과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응능과세(應能課稅)의 원칙이다.


 
기사입력: 2019/01/16 [17:06]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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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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