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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의 `미ㆍ베` 관계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2/25 [16:40]
▲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베트남 관광을 하다보면 미군의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던 하노이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음을 볼 수 있다. 과거 베트남에서 `경제는 호찌민(옛 사이공), 행정은 하노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하노이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 같은 공식도 무너졌다. 과거 월맹의 수도로 미군 폭격의 중요한 타깃이었던 하노이가 제2차 미ㆍ북 정상회담 개최지로 낙점 받은 이유를 두고 설(說)이 무성하다. 미국이 회담 장소를 두고 `통 큰` 양보를 한 것은 베트남 회담의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노이는 베트남전쟁 막바지인 1972년 12월 미군이 B-52 폭격기를 동원해 대대적인 폭격(일명 `크리스마스 폭격`)을 가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4만t이 넘는 폭탄이 투하됐고, 1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노이 시민들이 땅굴(지하 방공호) 생활에 워낙 익숙했기 때문에 그나마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미 제국주의를 박살 내자.` 북한에서만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문장은 베트남전쟁(1964~75년) 당시 미국에 맞서 싸웠던 월맹(북베트남)의 선전 구호이기도 했다. 북한과 베트남은 과거 미국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애초 협상 장소로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고집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 주둔지였던 다낭은 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국제적인 휴양지가 된 지 오래다. 북한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의 국부(國父) 호찌민 주석을 만나기 위해 두 차례(1958년ㆍ64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목적지였다. 북한은 3년간 계속된 한국전쟁에서, 베트남은 20년 가까이 이어진 베트남전쟁 기간 중 1973년 미군 철수 전까지 9년 동안 세계 최강국 미국과 총부리를 겨눴다. 두 차례의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은 9만5000명에 달했다(한국전쟁 3만7000명, 월남전 5만8000명). 대북 외교성과를 재선(그리고 어쩌면 노벨평화상 수상)의 지렛대로 삼기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 양보는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회담 장소를 두고 `통 큰` 양보를 한 것은 베트남 회담의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베트남 회담의 상징성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베트남식` 개혁ㆍ개방과 대미 관계 개선 유도, 그리고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이다.


하지만 미국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한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베트남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일군 경제 성장의 결실을 북한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은 한때 북한의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베트남과 북한의 대미정책 기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극과 극의 대조를 이뤘다. 베트남은 1986년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머이(Doi Moiㆍ쇄신)`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외국 자본 유치에 나섰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3년에 대(對)베트남 제재를 풀었고, 2년 뒤인 1995년에는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투자와 원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개혁ㆍ개방의 효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5년 4억5000만달러였던 미국-베트남 교역 규모는 2016년 520억달러(약 58조4500억원)로 130배 가까이 늘었다. 1986년 421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2343달러로 6배 가까이 뛰었다. 북한의 1인당 GDP는 10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베트남의 실용주의 노선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려고 노력중이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이용했던 미국이 이제는 부쩍 커버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을 이용하고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제2차 미ㆍ북 정상회담이 국민 모두가 원하는 방향인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한이 함께 손잡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경협을 이뤄내는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회담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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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영산대학교 총동문회장
前울산과학대학교, 영산대학교 경영학부 외래교수
前울산광역시 중소기업지원센터 감사
前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일자리 협력망 위원
前울산광역시 나눔푸드마켓 후원회장

·영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위원회 고문
·울산광역시 '중소기업 이렇게 도와드립니다'책자3회발간
·행복Vision Dream(경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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