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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온의 매듭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기사입력  2019/03/06 [15:27]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ㆍ페르시아ㆍ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여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된다. 기원 전 334년,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알렉산더 대왕은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가 소아시아, 정확히는 터키의 아나톨리아 지방에 있는 프리지아의 옛 수도인 고르디온에 도착하였다.

 

그는 그 도시의 신전기둥에 마차가 꽁꽁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에 의해 왕이 된 고르디아스가 그를 왕으로 만들어준 마차를 아주 복잡한 매듭으로 신전 기둥에 묶어 놓고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소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라는 예언을 남겼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매듭을 풀어보려 했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사람들은 이 매듭을 "고르디온의 매듭"이라고 불렀다. 그 말을 들은 알렉산더는 다른 사람들처럼 손으로 매듭을 풀려고 애쓰지 않고 단칼에 매듭을 쳐 끊어서 매듭을 풀었다. 그 때문인지 마침내 알렉산더 대왕은 유럽ㆍ아시아ㆍ이집트를 정복하고 대제국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때부터 고르디온의 매듭은 콜럼부스의 달걀과 함께 언뜻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뜻밖의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마치 고르디온의 매듭처럼 얽혀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가치가 충돌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우리사회의 안정성이 깨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나라가 사분오열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성적 가치판단이나 논리적 비판보다는 감성에 의한 정치적 결정이 횡행하다 보니 요즘 정국은 전국을 휘감는 미세먼지보다 더 흐릿하여 도저히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정치란 묶인 매듭을 풀어주고 앞날을 예측 가능케 하여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요즘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어 알렉산더 대왕처럼 매듭을 단칼에 끊어버릴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게 되었으니 참으로 참담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의 선한 이미지에 많은 호감을 느꼈다 한다. 남을 해칠 것 같지 않는 친근함이 선거에 큰 힘이 되었음직하다. 국민들은 선한 이미지로 대표되는 `키다리아저씨`를 떠올리며 한 표를 행사했을 터였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아보니 지난 3년간 거의 매일 적폐청산을 들먹이며 혼란만 가중시키고 요즘은 친일적폐라는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적폐청산은 나쁜 구습을 바꾸라는 것인데, 이보다는 정치적 반대세력을 적폐로 내몰아 처단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의 생각은 분열되고 정치행위의 가장 큰 덕목인 포용은 간데없으니 여기저기서 서로 옳다고 싸우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키다리아저씨`는 어디로 가고 말았나? 요즘 20대 청년세대의 보수화를 놓고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 세대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시절 학교교육을 잘못 받아 그리 된 것이다"라는 무책임하고 설익은 의견을 내놓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어쩌면 그리도 `청년`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모를 수 있을까? 무지하고 또 무식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청년들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성의 제도에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위선적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새롭게 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1950년대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어 언제나 희망의 상징이 되어야 할 청년들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젊은이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특히 이들은 2차 대전이 인류에게 준 반인류적인 파괴와 절망에 대해 기성세대에게 반발했다. 이런 전후세대의 젊은이들을 앵그리 영 맨(angry young man)이라 지칭하고 있다.

 

이들 `화나서 분노하는 젊은이` 들은 인류사에 그렇게도 큰 오점을 남겼으면서도 변함없이 은연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기성의 권위에 도전했다. 그런데 60여 전의 앵그리 영 맨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우리사회에 와 있는 것 같다. 헬 조선을 외치며 절규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너무 닮지 않았는가?  누가 이들을 전정권의 잘못된 교육으로 좌절된 비정상적인 세대라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이제 기성세대는 어떻게 답해야 한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 더 이상 역사를 뒤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둘러 봐도 대통령 밖에 없으니 이 일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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