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임금 왜곡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수원에 소재한 마이스터 고등학교에서 올해 대기업에 취업한 고졸학생들의 연봉이 5000만 원정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취업업체가 반도체분야의 세계 최고의 기업이고, 그 학생의 연봉에는 교대작업을 통한 잔업수당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겠지만 이제 20살의 사회초년생이 받는 봉급으로는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졸 초임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아 이들은 대기업 취업과 동시에 고임금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 당사자들이나 노동조합 관계 인사는 펄쩍 뛰겠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알바로 생활하고 있는 대다수 청년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착잡해짐을 감출 수 없다. 취업정보 업체인 `인크루트`회사가 작년 10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기업 평균 초임은 3748만원, 중견기업 3160만원, 중소기업 2636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이 중소기업보다 1100만 원가량 많았으며, 실제로는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나온 수익을 우리가 나누어 갖는다는데 왜 난리를 떠나"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대기업의 수익구조는 중소기업의 희생을 전제로 결실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으로 조립되므로, 작은 부속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이들은 `하청업체` 또는 `협력업체` 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대신 묵묵히 제품생산을 도맡게 된다. 대기업은 하청업체를 통해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별도의 생산설비를 갖추지 않고 값싸게 부품조달을 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원천기술은 물론 자동차회사가 가지고 있지만, 부품을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생산기술은 거의 다 중소기업에서 가지고 있다.


사실상 자동차회사는 속빈 강정인 셈이다. 자동차회사의 정규직원들은 단지 부품들을 단순 조립하는 일을 담당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임금을 향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하청`이라는 굴레 속에서 낮은 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멍들어가고 있다. 대졸초임이 높다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급여가 더 많이 올라야 한다는 말이다. 어차피 대기업 제품의 부품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제조하는 것이니 중소기업의 몫이 반영되어 그 지분만큼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 유니클로는 세계 3위의 의료업체이다. 고용훈풍이 불고 있는 일본에서 기업들의 일손부족이 점차 심화되자, 이 회사에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 봄 입사예정인 대졸 신입사원 중 해외전근 등과 관련된 직종의 연봉을 현 21만엔 수준에서 25만5000엔으로 약 21% 높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맡게 될 신입직원의 초임 수준을 종합상사, 외국계 기업과 유사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며칠 전에 발표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일본의 경우 대기업의 대졸 초임이 이제까지 20만 엔에서 25만엔 사이에 있다는 점이다. 원화로 계산하면 250만원 안팎이다. 일본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간 임금의 차이가 크지 않아 우리처럼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대적 열등감이 훨씬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중소기업은 우수인재를 모울 수 있고, 이들이 중소기업을 넘어 세계적 강소기업으로 기업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력을 채용하기도 힘들고 채용한다 해도 곧바로 퇴직해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로 그나마 잔업에 의지하여 어느 정도 추가수당을 받던 것도 이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제조업에서 핵심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게 된다.

 

지금 한국은 70년대부터 축적된 기술전통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임금 구조하에서 이런 강점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배달대행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 직원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풀타임 라이더(배달원) 월평균 수입이 약 475만원`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힘든 기술연마의 길을 걷겠는가. 고용율의 향상도 시급한 문제지만 정부에서는 숙련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소기업 기술 인력을 길러내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 집단과 중소기업간 임금왜곡 현상이 선결되어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란다.


 
기사입력: 2019/04/07 [15:19]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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