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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습관성 세금` 의존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5/27 [16:17]
▲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전국적인 `대란` 직전까지 갔던 버스 사태가 울산을 마지막으로 고비를 넘겼다. 지자체별로 노사 합의에 성공하거나 파업이 유보되면서 시민의 발이 묶이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자세와 능력은 실망스러웠다. 울산지역 시내버스 사업장 5곳의 노사는 20여시간여의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임금ㆍ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임금 7% 인상, 정년 만63세로 연장, 후생복지기금 5억원 지급 등이 담겼다. 이 모두는 시민이 내는 세금이나 요금 인상분으로 재원을 준비해야만 하는 부담이다.

 

한편 울산지역 12곳의 학교가 파업당일 등교시간을 평소보다 30분~2시간가량 늦추기도 했다. 1년이란 준비과정의 여력이 있었지만 중앙정부는 대처가 소홀했고 결국은 `백기`를 들고 지방자치단체에게 큰 부담만 지우고 해결한 것이다.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면서 노선 버스를 특례 업종에서 제외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리를 외면하더니 결국 시민 앞으로 청구서를 보냈다.


그동안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이란 달콤한 과실만 선전했을 뿐, 정책 부작용과 대책은 나 몰라라 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요금 인상으로 풀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원을 늘리라며 맞섰다. 지자체장들은 부담스러운 요금 인상의 독배를 먼저 들지 않겠다며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해법은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였다. 정부는 지자체 소관 업무인 버스 운송사업에 국비 지원을 모색하기로 했다. 요금 인상과 함께 준공영제 확대가 제시됐지만 문제가 만만찮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업자와 지자체가 수입을 공동 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재정으로 메꿔주는 제도다. 물론 교통 복지 향상이라는 순기능도 있다지만 문제는 돈이다.

 

지난해 준공영제를 채택한 전국 8개 시ㆍ도에서 지출된 비용은 1조원이 넘었다.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 그동안 버스회사 적자 보전에 3조7000여억원을 썼다. 요금 인상이 4년째 동결되면서 최근 지원액도 급격히 느는 추세다.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제대로 된 감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친인척을 유령 직원으로 등록해 자금을 빼돌리는가 하면, 장부를 조작해 부정 지원금을 타내는 경우도 적발됐다. 매출과 수익, 인건비 등 주요 경영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자손만대 흑자가 보장되는 `버스 재벌`을 낳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위해 버스 준공영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회계 감독과 함께 노선 입찰제 도입이나 인센티브 확대 같은 경쟁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부는 시민 불편을 담보로 한 버스노조 요구를 국민 세금으로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내년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근로시간 축소로 인한 임금 감소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욱 문제 될 소지가 크다. 저임금 노동자가 몰려 있는 데다 사업주들의 지급 능력은 부족하다. 현장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더 심각해질 텐데, 정부 대책은 제대로 있는지 걱정이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버스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이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이고 면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번 버스 사태 같은 난맥상은 반복될 게 뻔하다. 반복되는 습관성 세금 의존은 곤란하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준비하는 교훈을 배웠으면 한다. 각종 정책을 추진하되 자신 없다면 최소한 숟가락 함부로 얹어서 국민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일이라도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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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영산대학교 총동문회장
前울산과학대학교, 영산대학교 경영학부 외래교수
前울산광역시 중소기업지원센터 감사
前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일자리 협력망 위원
前울산광역시 나눔푸드마켓 후원회장

·영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위원회 고문
·울산광역시 '중소기업 이렇게 도와드립니다'책자3회발간
·행복Vision Dream(경영컨설팅) 대표
·2010년 대한민국 섬김이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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