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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조작 수정`을 보는 눈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6/27 [16:56]
▲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지난해 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제목과 본문이 고쳐진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가 배포됐다. 수정된 내용은 건국이 1919년에 이뤄졌고, 1948년에는 정식 정부가 생긴 것뿐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관에 부합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운 국정 사회 교과서 내용을 정권 입맛에 맞게 고치는 과정에서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범행은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5개월간 저질러졌다고 한다.

 

현 정권이 전 정부가 추진한 중ㆍ고 국정교과서를 `교육 적폐`로 규정해 전ㆍ현직 공무원 뒤를 샅샅이 캐던 때와 정확하게 겹친다. 이 교과서 조작 범죄는 작년 3월 언론 보도로 일부가 알려졌다. 그런데도 김상곤 전 장관은 작년 10월 퇴임할 때까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적폐 청산을 외치며 남을 공격하던 정부가 정작 뒤로는 더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생각하기 힘든 표리부동이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라는 교육부 요구를 교과서 편찬ㆍ집필 책임자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고칠 수 없다"며 거부하자 그를 배제하고 다른 교수에게 고치라고 강요했다. 그마저 거절하자 참여연대 관계자 등을 동원해 비공식 기구를 구성하고 213곳 내용을 수정해 출판사에 전달했다. 수정을 거부한 집필 책임자 교수가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조작하고, 그의 도장까지 몰래 찍도록 출판사에 시켰다.

 

교육부는 이런 불법을 동원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고,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을 삭제하고, 박정희 `유신 체제`는 `유신 독재`로 고치고, 새마을운동 관련 사진은 아예 빼버린 교과서를 발행하게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자신은 이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처럼 꾸몄다. 이렇게 불법 수정된 교과서는 전국 6064개 초등학교에 배포돼 43만명 넘는 학생이 배웠다. 자라나는 어린이의 머릿속은 백지장과 같다지만 불법 편향 교과서로 수많은 자식을 물들이려 했다.


대전지검은 교육부 담당 과장ㆍ연구사와 출판사 직원이 짜고 무단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면서 박 교수가 출판사에 맡겨 놓은 도장을 이용해 가짜 서류를 만들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세 사람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쳤다. 이들이 알아서 다 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과장이 남다른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있어 일탈했거나, 윗선의 의중을 자의적으로 헤아려 범행을 계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보신 능력이 탁월한 보통 교육부 공무원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교과서 `조작 수정`이 진행된 시기는 전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관여한 교육부 관료들이 `적폐`로 분류돼 좌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과장이 독단적으로 문서 조작까지 하며 교과서에 손을 댔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과연 누가 믿겠는가. 거부하기 힘든 압력 또는 요구가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해당 과장은 교과서 배포 직전에 아시아 지역 한 국가의 한국교육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교육원장은 3년간 해외에서 생활하며 자녀를 그곳에서 교육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따라서 교과서 조작 수정에 따른 특혜성 인사이거나 문제가 될 때에 대비한 입막음용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는 수사를 받고 기소됐는데도 해외에 체류하며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사건은 근원적으로 정권 `취향`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고 교과서를 만드는 후진적 정치 문화에 기인한다.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 제작 방식과 내용이 뒤바뀌니 공무원은 눈치 보고, 학자는 줄을 선다. 교육부 한 곳에 새로 쌓인 적폐만 해도 심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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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영산대학교 총동문회장
前울산과학대학교, 영산대학교 경영학부 외래교수
前울산광역시 중소기업지원센터 감사
前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일자리 협력망 위원
前울산광역시 나눔푸드마켓 후원회장

·영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위원회 고문
·울산광역시 '중소기업 이렇게 도와드립니다'책자3회발간
·행복Vision Dream(경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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