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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극한 대립은 피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9/07/14 [15:50]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일본정부는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가지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3가지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로서 일본이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기업은 전적으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반도체기업은 불화수소의 42%를 일본에서 수입하였고, 특히 고순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의 경우에는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거의 100% 수준이니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셈이다. 차제에 일본에서 수입하는 핵심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으나, 현실을 감안하면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이들 소재를 국산화하지 않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인해 국산화를 하더라도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8년 전에 일어났던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정부가 `화학물질관리법`을 대폭 강화하면서 시설개선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수입가격이 국산가격의 1/3~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국산화 작업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반도체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공급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NAND) 생산에도 차질이 현재화될 것으로 걱정한다. 또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관련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중소 반도체업체 약 240곳 중 40% 정도가 이미 지난해에 적자를 낸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속된다면 1년 안에 도산하는 업체들이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외에 추가적으로 수출규제를 단행할 경우 일본산 부품의 비중이 적지 않은 화학, 정유, 조선, 기계 업종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의 반한감정이 확산될 경우 항공업종도 일본인들의 여행수요 둔화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노선은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국제선이고, 영업이익률 역시 저비용항공사 기준 10% 이상이라 실적 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일본인들의 여행수요는 지난해 하반기 태풍과 지진 등 천재지변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인 이후 이번 갈등으로 부진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일본계 금융기관이 한국 기업과 공기업에 제공한 여신 규모가 2018년 9월 기준 약 69조원에 달하고 있어, 일본계 금융기관이 한국에 대해 여신을 제한할 경우 그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에 발생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철주금`에게 피해자 1인당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일본은 196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졌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번의 수출규제의 이유로 "반도체 원재료가 독가스인 사린가스로 사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할 뿐 사실은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보복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사태는 점점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 반일, 반한감정까지 확산되면서  불매운동과 여행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WTO 등 국제기구의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통상 분쟁 사안에 대한 판정은 최소 12~18개월이 소요되므로 사안의 긴급성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적어 보인다. 국가 간의 대결은 힘의 논리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 힘은 경제력이 될 수도 있고, 군사력이나 외교력이 될 수도 있다. 만약 힘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데도 무리하게 보복성 맞대결을 벌인다면 양국이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양국이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정치적 대결을 종결짓는 것이 서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나 국민 모두 명분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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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이창형 교수의 울산경제 산책 (칼럼집)
취업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라 (취업지침서)
금융실무대사전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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