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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회> 호이안의 하루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9/08/27 [16:02]
▲ 하송 시인   

4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어둠이 내려앉은 다낭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랩` 택시를 타고 호이안에 있는 호텔로 향했습니다. 체크인하고 여장을 푸니 밤10시(한국시간 12시)였습니다. 아들과 간단하게 컵라면 한 개씩 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일어나 보니 새벽에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깼다며 잠꾸러기 아들이 일찍 일어나 있었습니다. 호텔의 조식 뷔페는 다양한 음식으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웅장하고 푸른 열대나무로 우거진 정원 식탁에서 서양인과 한국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초승달(crescent)모양에서 유래된 크루아상(croissant) 빵과 달콤한 수박과 바나나를 먹으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왔는데 결국 익숙함에 절로 손이 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 후에 시가지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에서 찾아온 많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습니다.

 

호이안(베트남어: Hội An/會安 회안)은 베트남 꽝남성의 남중국해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이며 인구는 약 80,000명입니다. 한때 번성했던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무역항이 있었고 1999년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23차 유네스코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시간이 한낮을 향해 달리자 덥고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상점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시가지 안에는 유난히 여자 원피스가 많이 걸려있었습니다. 홑겹의 얇은 면 원피스가 무척 시원하게 보여서 구경을 하니 주인이 적극적으로 권하며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이국인들끼리지만 짧은 영어와 몸짓 언어(body language)면 만사 오케이였습니다. 처음 25,000원 불렀는데 흥정 끝에 15,000원에 원피스를 구입하곤 으쓱해졌습니다. 베트남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코코넛 커피를 먹기 위해서 콩카페를 갔습니다. 한 낮의 높은 기온에도 음식점과 커피숍이 모두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선풍기 몇 대가 힘겹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에어컨은 숙소 외에는 구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강에 흐르는 물을 보면서 길가에 내어 놓은 탁자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밖에는 그나마 선풍기도 없어서 땀을 흘리며 시원한 강물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베트남 모자를 쓰고 어깨에 긴 막대를 메고 양쪽 끝에 과일을 담고 무거운 발걸음을 하던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말릴 틈도 없이 망고스틴 1개를 먹어보라고 껍질을 까더니 상했는지 급하게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걸로 까더니 한 알에서 손으로 조금 떼어줬습니다. 햇볕에 그을린 채 주름이 가득하고 야윈 얼굴위로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모습이 겹쳐왔습니다. 비싼 금액을 부르며 망고스틴과 람부탄을 비닐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안사겠다며 고개를 젓는 아들한테 할머니 어깨 아프시니까 사드리자고 말하며 과일을 받았습니다.

 

숙소로 와서 과일을 먹으려고 보니 망고스틴이 모두 부패되어 있어서 결국 람부탄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들은 과일 가게에서 구입해야 바가지 쓰지 않고 신선하다고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비록 썩은 망고스틴을 비싸게 구매해서 한 개도 못 먹고 버렸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늦은 오후, 뜨거운 열기가 조금 꺾인 뒤에 다시 외출을 시작했습니다. 무더위에 땀이 줄줄 흐르자 아들도 윗옷을 구입해서 입었습니다. 얇은 홑겹 면 재질에 화려한 무늬로 속이 비치질 않아서 관광하는데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호객하는 상인들이 아들에게 더욱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멋져서 부자나라 왕자님으로 보이는가 보다고 농담을 하자, 아들은 너무 관광객인 표시가 나서인 것 같다며 멋쩍어 했습니다. 호이안 시내에 어둠이 내려오자, 강을 중심으로 야경이 화려하게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맛집이라는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고 강을 따라 걷는데 보트를 타라며 붙잡는 사람들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따라오며 강권을 하는 아저씨를 따라서 약간의 흥정 끝에 보트에 오르자, 등(燈)을 주면서 강에 띄우라고 했습니다. 소원을 빌며 강에 살짝 놓자, 환하게 빛을 발산하며 물결 따라 둥실둥실 흘러갔습니다. 강가에 앉아서 무지개 빛깔로 춤추는 물빛에 취해있는데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던 아들이 말했습니다. 15,000원 주고 구입한 원피스가 다낭 한시장에서는 4,000원이고 아들 윗옷 역시 너무 비싸게 구입했다고 했습니다. 보트도 비싸게 탔다고 했습니다. 물건을 깎는데 소질이 없는 모자(母子)가 호구(虎口)로 호이안을 누린 날이었습니다. 걸음수를 확인하니 20,417보가 찍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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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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