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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앞에 서서
기사입력  2019/11/05 [17:13]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 과학대 명예교수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 과학대 명예교수  

우리 산천 여기저기에는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 당제목(堂祭木)이나 신목(神木)으로 추앙되는, 위용이 당당한 나무들이 많다. 이렇게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노거수(老巨樹)라 한다. 이런 나무들은 십중팔구 우리 선조들의 삶속에서 역사적 전설이나 고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정말 정신이 살아있는 나무들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수의 노거수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경주 양동마을에 가보면, 옛 선비의 오래된 가옥에는 기와지붕의 자연스런 수평 실루엣과 더불어 마당의 위로 곧게 잘 자란 나무들이 합해져 고아한 멋을 자랑하고 있다. 옛 선비의 집에는 회화나무와 향나무 그리고 배롱나무 등을 많이 심었는데, 이들 나무는 모두 선비들이 좋아하던 나무들이라 반촌의 양반가에서 자주 볼 수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회화나무는 수목의 크기가 몇 십 미터에 달할 정도로 커서 보는 맛이 있어 좋다. 이 나무는 거대 수목이다 보니 군락을 이루지 않고 하나 또는 몇 그루 정도를 빈자리에 심어야 우아하고 조형미가 돋보이게 된다.


또한 수형이 아름답고 깨끗한 품격을 지니고 있으며, 다듬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하는 나무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조계사나 창덕궁에 표표히 서있는 회화나무는 우아함의 상징이다. 그런 회화나무가 콩과 식물이고 열매 모양도 콩깍지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한자로는 괴화(槐花)나무로 표기하는데 발음은 중국발음과 유사한 회화로 부르게 되었다. 회화나무를 뜻하는 한자인 `槐`(괴)자는 귀신과 나무를 합쳐서 만든 글자이다.

 

회화나무를 사람이 사는 집에 많이 심은 것은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궁궐의 마당이나 출입구 부근에 많이 심었다. 그리고 서원이나 향교 등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당에도 회화나무를 심어 악귀를 물리치는 염원을 했다고 전해진다. 회화나무는 대개 가지가 제멋대로 뻗는 특징이 있는데, 옛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고 하면서 `학자수(學者樹, Chinese scholar tree)`라고도 불렀다.


수백 년에서 천 년을 넘겨 살 수 있는 이 나무는 다 자라면 두세 아름에 이르기도 한다. 키만 껑충한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고루 고루 뻗어 모양이 단아하고 정제되어 있다. 그래서 궁궐이나 서원, 문묘, 양반 집 앞에 흔히 심는다. 중국 한나라 수도 장안에는 가로수로 회화나무를 심었다.

 

지금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서 회화나무 가로수를 볼 수 있는데, 중국인들이 천년 이상 회화나무를 가로수로 삼은 것은 공해에 강하다거나 수형이 아름답다거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장점 외에 그 나무가 가지는 정신적인 덕목을 높이 샀기 때문이리라 짐작해본다. 회화나무는 궁궐 입구에 특별한 사유를 가지고 심어 가꾸어 왔는데, 예로부터 중국 궁궐 건축의 기준이 되는 `주례(周禮)`에 따라 회화나무를 심었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있다. 창덕궁의 돈화문 주변은 조정의 관료들이 집무하는 관청이 배치되는 외조(外朝)의 공간에 해당되는 곳이다.

 

궁궐 입구 주변에는 왕이 삼공 즉 삼정승을 만나는 장소에 삼공의 자리에는 회화나무를 심어 삼공 좌석의 표지(標識)로 삼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심어진 창덕궁의 8그루의 회화나무는 지금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예로부터 나라가 어지럽고 어려울 때는 원로들의 지혜를 구했다. 대통령께서도 지난 5월에 사회 각계각층의 원로인사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지며 현재의 어려운 정국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이들 원로는 우리사회의 노거수와 같은 존재들이다. 대통령 앞에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유일한 분들이다. 많은 의견제시가 있었으나 원로들의 고언이 정책에 반영되었다는 소식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토록 위엄 있는 회화나무를 대통령께서는 아카시아 나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리라. 하긴 아카시아 나무도 콩과식물이라고 하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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