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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조심
기사입력  2020/02/27 [17:18]   박서운 울산 과학대 명예교수
▲ 박서운 울산 과학대 명예교수    

최근 여당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수석대변인이 "대구의 봉쇄 정책을 극대화시켜 감염증의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고"라는 소위 `TK봉쇄` 발언을 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ㆍ경북지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마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이었을 게다. 더 나아가 "코로나 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하는 대통령의 모습이나 한 술 더 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하는 국무총리의 모습에서 잔혹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공포감으로 경제심리와 소비활동이 위축되니 국민들은 과도한 공포심을 버리고 종전과 다름없이 평화롭게 소비생활을 해 달라"는 경제부총리의 뻔뻔함과 "미국 같으면 중국 사람들을 완전히 입국차단을 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얼마나 잘한 일이냐"며 자화자찬하는 법무장관을 거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조금씩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 방역과 의료체계, 시민의식은 세계수준"이라는 여당지도부의 모습을 보면 잘 짜여 진 한편의 희극을 보는 것 같다. 이에다 최근 마스크 대란에 까지 이르면 어찌 이다지도 무능한 정부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몸서리 칠 정도다. 정부여당의 정치목적이 국민의 안녕과 행복에 있다면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단지 재집권만이 목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사람은 지혜가 깊을수록 자신의 말을 더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말에 힘이 있고 내가 하는 말을 누군가가 듣기 때문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고  일생동안 멍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 그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 정치인들은 이런 사실을 거꾸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알린다`라는 뜻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국민을 미혹시키는 어느 사이비 정치인의 모습에서 그 극치의 거짓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한 예다. 예전에 불가에서는 짚신을 만들 때 촘촘하지 않고 성기게 만들었다고 한다. 촘촘하지 않고 성기게 만들어야 발에 밟히는 개미 같은 작은 생물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내 뱉는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생사가 걸려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말 한마디, 작은 몸짓하나까지 뉴스거리가 되는 유명정치인들이 수신(修身)에 힘써야 되는 이유다. 솔로몬 왕이 지은 성경의 잠언에는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다", "죽고 사는 것이 혀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 라며 우리를 교훈하고 있다. 시리아 북쪽의 `타우라스`산에 서식하는 독수리는 일 년에 두 차례씩 이곳을 지나가는 두루미를 공격해 먹이를 삼곤 한다. 두루미는 끊임없이 울어대며 날아가기 때문에 독수리들이 쉽게 알아차린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두루미는 산을 넘기 전에 입에 돌을 물고 하늘을 날아올라 침묵하므로 독수리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는다고 한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바야흐로 총선정국이다. 선거는 자기의 정견을 말로 표현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마음을 녹여내는 연설이 매우 중요하다. 그간 말 한마디 실수로 헛발질하여 고초를 겪고 선거에 지는 경우를 많이 수없이 보아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화려한 말잔치를 벌이는 후보보다 과묵하여 말솜씨는 없지만 진실하여 약속을 지켜내는 그런 후보가 빛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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