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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부덕한 소치
기사입력  2020/09/02 [14:04]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연설문의 일부분이다. 참으로 나무랄 데 없는, 어느 누구든지 대통령 취임사로 인용해도 부족함 없는 좋은 내용이다.

 

그러나 이 문구가 거꾸로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의 표리부동함을 고발하는 주요 테마로 쓰이고 있다. 현금의 상황은 본인이 취임 시에 선언한 위 내용과 완전 정반대가 되어 있고,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당은 이에 대해 미안함은커녕 한마디의 해명도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이 멋진 선언은 완전히 공수표가 되어 공론(空論)이 되어 버렸으니, 많은 국민들은 지금 이 나라는 평등하지 않고, 그리고 공정하지 않으며, 더욱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쉽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어찌하랴.

 

2017년 12월 21일에 제천시에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했다. 대통령 취임 후 반년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사망자가 29명이나 발생한 대형화재 사건이다. 바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여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때 청와대 대변인의 말인즉슨,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 울고 계셨습니다. 차안에서 또 울먹이십니다.`라고 대국민 홍보에 활용한 바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 대통령이 국민의 아픔 앞에서 눈물을 흘리다니. 그러나 난 그때 절망감을 느꼈다.


참으로 아프고 슬픈 일이기는 하나 대통령이 나서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심리는 착하고 선하되, 차돌같이 단단하여 국민의 바람막이가 되어 주어야한다. 이렇게 크고 작은 일에 직접 나서서 눈물이나 짜내면서 국민을 감성의 포로로 삼는 것은 대통령이 할 짓이 아니지 않는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 국가의 재난사고가 나면 대통령의 감성팔이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지지자들은 숭앙해마지 않으니, 어찌 나라를 이런 유약함에 맡길 수 있겠는가? 이후에도 대통령은 재난 현장만 있으면 나타나고, 또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성정치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먹혀들어가니 재미를 붙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선거로 당선되었다.

 

전 정권의 탄핵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상태에서 치른 선거이니, 사실상 공정한 선거도 아니었다. 탄핵받았던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바로 다음 선거에서 어찌 이길 수 있겠나? 대통령선거는 대통령 개인의 인기투표가 아니라 나라를 이끌어 나갈 소속 정당까지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당선이 그리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다.


선거과정이야 공정하고 엄정하게 치러졌으나 필자의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내 심정상으론 반쪽짜리 대통령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태생적 부족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찌 그리 매몰차고 인정머리 없으며, 단견과 순간적인 인기에만 몰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하는 기본 책무가 있다.

 

예전 왕조시절에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군주가 자신이 덕이 없음을 탓하고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서 "이게 다 짐이 부덕한 소치이다`라며 자신을 질책하고, 백성의 어려운 마음을 달래곤 했다. 임금은 반찬가지수도 줄이고 가무음곡을 삼가는 등 몸가짐을 바지런히 하며, 혹시 억울한 누명을 써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고 때로 방면하기도 했다.

 

이것에 더하여 재해가 발생하면 국왕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교서(敎書)를 반포하고, 내외에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달라는 요청을 하곤 했다. 그러나 현재의 대통령은 취임 후 3년이 넘는 시점에까지 이런저런 국가의 난맥상에 대해 한 번도 사과한 일이 없는 것 같다. 빈말로도 말이다. 참으로 지독하고 인정머리 없는 성정이라 할 만하다. 요즘 조은산씨의 `시무7조` 상소문을 읽고, 많이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무 이름 없는 민초도 저렇듯 충정어린 글을 올리는데, 나는 뭘 하고 있지? 하는 창피함과 더불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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