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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과세는 조세 저항 부른다
기사입력  2020/10/18 [18:32]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어느 날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 기슭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이 세 무덤 앞에서 구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가 제자 자로(子路)에게 그 까닭을 물어보라고 했다. 자로가 그 연유를 묻자, 여인은 더욱 흐느껴 울며 말했다.

 

"옛적에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당했는데, 이제 아들이 또 변을 당했습니다." 자로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 그러자 여인이 대답했다. "그래도 이곳은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거나, 부역을 강요하는 일이 없습니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 제자들에게 일렀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시대 말 노(魯)나라 위정자 계손자(季孫子)가 세금을 가혹하게 징수하여 백성들이 크게 시달림을 당했던 정치상황을 빗댄 말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돈 씀씀이가 헤픈 위정자들은 하나같이 징세(徵稅)에 혈안이 되었다.

 

징세가 오죽이나 심했으면 혈세(血稅)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춘향전』에도 혈세를 빗대는 시가 등장한다. 『금 술잔의 아름다운 술은 만백성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옥쟁반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姓膏).』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에 빠져 있을 때는 세금을 많이 거두면 거둘수록 국민들의 삶은 그만큼 피폐해진다. 코로나19로 나라 안팎의 경제가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성장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실업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가계는 빚만 눈덩이처럼 늘어간다. 이 와중에 세금과 공과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담세능력(擔稅能力)을 벗어난 세금의 부과는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더욱 도탄에 빠지게 하는 독약(毒藥)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나라 곳곳에서는 지나친 세금과 공과금 때문에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나라 징세가 도(度)를 넘었다는 징후도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세금체납이 8조9천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역대 최대로 지난해 연간 체납액과 맞먹는 수치다. 이는 세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기업과 가계가 늘어났다는 증거다. 최근 프랑스대사관이 서울 강남 일대에 보유 중인 부동산에 대한 종합부동산세가 폭등하자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세금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가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데다, 프랑스 정부가 현지 재외공관에 부과하는 재산세와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담세율(擔稅率, 세금/GDP)은 26.8%로 1975년(15.1%)에 비해 75% 이상 늘어났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담세율(OECD 평균 36.2%)이 낮다고는 하지만, 과세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개인 소득세율은 미국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나, 기업 법인세율은 미국보다 두 배 가량이나 높다. 과세 형평성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免稅者) 비율이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여타 선진국의 면세자 비율이 15~25%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세금이 지나치게 형평을 잃고 있는 셈이다. 결국 면세자를 제외한 나머지 납세자에게 세금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은 2016년 38%에서 지금은 45%까지 올랐으며, 소득 상위 10% 납세자가 전체 소득세 징수액의 78.5%를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법인세율(지방세 포함)도 27.5%로 급등하여 OECD 평균 23.5%보다 높아졌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국가가 아무런 대가 없이 가져가는 것이 세금이다. 세금징수는 어디까지나 담세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담세능력을 벗어나는 과세는 결국 조세저항을 부른다. 미국독립전쟁, 프랑스혁명 등이 조세저항으로 야기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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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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