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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회>엄마의 자리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01/26 [16:45]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가수 전진(본명 박충재)이 친엄마를 만나는 프로를 보게 되었습니다. TV를 시청하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세 번째 어머니의 주선으로 21년 전에 처음으로 친엄마를 보게 되었는데 새 가정에서 키우고 있는 엄마의 아들이 혼란스러울 것이 우려되어 그 뒤로 연락을 끊은 상태로 지내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더욱 커지자, 방송을 통해서 엄마께 연락 주기를 간청하고 기다리던 상태였습니다.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제작진의 말을 들으면서 손까지 덜덜 떨었습니다. 드디어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여보세요?”
한 마디에 폭풍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치질 않고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대화를 못하자 아내가 대신 전화기를 넘겨받아 인사를 했습니다.

 

  “엄마, 왜 이렇게 울고 계세요?”
  엄마와 만나는 장면은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자신을 만나러 들어오는 아들을 보면서 이미 울고 계시는 엄마를 향한 아들의 안타까운 음성만 들렸습니다. 서너시간이 흐르고 모습을 보인 아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엄마와 직접 만나 대화를 하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아픔이 너무 크고 힘들다는 생각만 하면서 지내왔는데 그동안 엄마가 자신보다 몇백 배 더 힘들었을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전진은 어려서부터 가슴에 응어리가 맺힌 듯해서 숨쉬기가 답답했다고 했습니다. 어린애가 자주 한숨을 쉬는 바람에 안 좋은 습관이라며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만나고 그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가슴의 응어리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맺힌 것이었습니다. 엄마를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성장한 전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함께 활동하며 봐왔던 동료 연예인들이 놀라워했습니다. 항상 밝고 유쾌해서 가슴속 깊은 곳에 엄마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채 지내왔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놀라워했습니다. 그러자 전진이 말했습니다. 그 아픔을 잊기 위해서 더욱 밝은 척하고 즐거운 척 한거라고….

 

  문득 어려서 일이 생각납니다. 조부모님하고 시골에 살 때 엄마를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도시에서 사는데 나만 시골에서 지냈습니다. 버림받은 느낌이 들면서 부모님이 나만 미워하고 싫어하는지 알았습니다. 어느 날 오해가 풀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여름방학식 날이었습니다. 먼 도시에 살고 계시는 엄마가 학교로 찾아온 것입니다. 선생님하고 말씀을 나누시는 엄마는 펑펑 울고 계셨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 기억은 선명하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친구들 앞에서 펑펑 울던 엄마가 부끄러워서였습니다.


  나중에 나이를 먹고 어느 정도 자란 후에 그날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학교를 찾아와서 왜 그렇게 우셨는지를 여쭤봤습니다. 할머니께서 큰 손녀를 예뻐해서 분가할 때 안 보내주셔서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방학 기간이라도 함께 하려고 딸을 데리러 오셔서 그동안 그리움이 눈물로 쏟아졌던 것입니다. 딸은 엄마의 마음도 모른 채 창피한 상황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문득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지가 며칠 된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늦은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내일로 미뤘습니다. 독립해서 혼자 거주 중인 큰 아들이 궁금해서 잘 지내냐고 문자를 했더니 잘 지내고 있다고 답문이 왔습니다. 생사(生死) 여부(與否)는 한 번씩 전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가끔 문자 드리고 1~2주에 한 번씩 집에 가잖아요.’라고 답이 왔습니다. 너무 가끔이라서 문제라고 하자 아무 소식이 없으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순간 ‘결혼해서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라는 어른들 말씀이 생각났습니 다. 서운한 마음을 꿀꺽 삼키려는데 ‘요즘 바빴어요. 곧 갈게요.’ 답문이 왔습니다. 아들과 연락 주고받은 지 4일 만에 아들에게 생사여부까지 들먹거리며 잔소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려서부터 떨어져 살던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성인이 되어서도 눈물바다를 이루는 방송을 보면서 엄마의 자리를 생각해봅니다. 다 큰 아들에게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게 지켜야 하는 엄마의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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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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