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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회>없는 것의 위안
기사입력  2021/02/23 [16:19]   하 송 시인
▲ 하 송 시인     ©울산광역매일

  어젯밤 늦게 잠이 들어서, 떠지지 않는 눈으로 어렵게 일어났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방학만 되면 어쩜 생체리듬이 먼저 알아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지 신기합니다. 밤낮이 바뀌어서 밤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이것저것을 하게 됩니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서 서둘러 나들이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이 방학 중에 맞이하는 평일로써는 마지막 날이어서 반드시 외출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방학 내내 거의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주말에 외출을 하면 인파가 몰릴 수 있기에 안전한 평일인 금요일에 조금 멀리 힐링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안전에 만반을 기하기 위해서 실내는 방문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특히 식당과 커피숍에 들어가지 않기 위하여 집에서 컵라면, 김밥, 뜨거운 물, 커피를 준비해서 출발했습니다. 길가의 가로수 나무는 아직 앙상한 채로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화개장터는 상가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토지에 등장하는 하동의 최참판댁 역시 한산하고 조용했습니다. 토지는 소설가 박경리 작가가 26년간 집필한 대하소설입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 가족사이자 민족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직접 오기 전에는 간단한 기와집 몇 채가 세워져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큰 규모에 놀랐습니다. 

 

  토지 드라마 촬영장도 초가집으로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토지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 푯말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지척에서 초가지붕을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비닐이었습니다. 그런데 비닐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묶어서 볏짚처럼 보였습니다. 해마다 초가지붕을 올리려면 예산도 많이 소요되고 관광객 받는데도 복잡할 텐데 참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넓고 고즈넉한 장소를 천천히 사색하면서 걸으니 마치 소설 토지 속의 일원(一員)이 된 듯한 감동이 전해왔습니다. 문학&생명관에는 디카시가 전시되어 있다는 현수막이 멀리에서도 큼지막하게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으나 역시 휴관한다는 안내문만 마주할 뿐이었습니다.

 

  박경리 문학관은 휴관 중이어서 실내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마당의 작고 왜소한 박경리 선생님 동상 옆에 서보니 내가 너무 커서 민망했습니다. 동상 뒷모습 아래 단에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박경리 작가 유고(遺稿) 시집 제목이기도 하면서 ‘옛날의 그 집’ 시 마지막 연의 마지막 행이기도 합니다.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중략>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예전에 태양광,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습니다. 또한 아파트를 사거나 땅을 구입 후 되팔아서 적지 않게 수입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나만 빼고 전 국민이 주식 투자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해서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런데 소심한 성격과 재테크에 완전 꽝이어서 열심히 일하며 월급으로만 생활하며 ‘지금 잘살고 있나?’ 하는 의문이 한 번씩 들 때가 있습니다. 

 

  오두막에 앉아 눈 아래 펼쳐진 넓은 논밭과 멀리 햇볕에 반짝이는 섬진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가슴 가득 평화로운 마음이 차올라왔습니다. 요즘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집 밖에 나서서 바라보면 모든 경치가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굳이 소유하려고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됩니다. 관리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박경리 작가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글귀를 가슴에 새기며 큰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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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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