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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上善若水)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1/06/02 [17:12]
▲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함은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 사상에서 흐르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기 좋아하니 이 어찌 착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대체 물은 불평을 모른다. 구덩이가 있어 그 자신이 곤두박질쳐도, 더러워 모두 외면하는 곳이라도 물은 어김없이 채우고 덮어주니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그래서 물은 겸손하다는 말도 함께 하게 된다. 이 사자성어가 떠오른 것은 우리 사회가 국민의 여론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하고 자꾸 담을 쌓아 가두거나 방향을 틀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의 가장 큰 덕목은 소통과 공유라고 한다. 소통(疏通)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을 의미하는 말이니 대화를 나누는 쌍방 간에 가장 긴요한 수단이랄 수 있다. 소(疏)자는 물 흐르듯 매우 순조로움을 나타내는 한자어이다. 사람사이의 관계나 정치인들 사이, 대통령과 국민사이가 매끄러우면 좋겠건만, 동서고금 어디서나 소통이 아닌 불통(不通)으로 끝나는 경우가 참으로 많음은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다. 이번 정권은 그런 점에서 초기에 다소 기대도 해봤지만 역시나로 마무리할 공산이 크고, 거기에 한수 더하여 최악의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걱정이 아니 될 수 없다. 가족이나 주변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표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상선약수’를 통해 자유스럽게 흐르는 물을 떠올림은 내 자신이 현 정국에 대하여 매우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거대한 장벽에 둘러 싸여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느낌을 수시로 받는다. 그 장벽의 재료는 고립과 소외, 그리고 불통과 국민경원이라는 벽돌들이리라.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베를린의 장벽이 아무리 높아도 인간의 자유에의 동경을 막을 순 없다’라고 하며 자유에 대한 기치를 높였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국익’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장벽을 만들어 자유에의 의지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 스트리트는 가진 자인 백인이 원주민인 인디언을 못 들어오게 쌓은 벽에서 유래된 이름이라니, 참 아이러니 하다. 세계 어디서나 물리적 장벽은 존재한다. 주로 가진 자가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벽의 양면성이랄까, 장벽은 무언가를 지키고 보호해주는 기능도 있지만, 차별을 만들어내는 역할도 함께 하게 된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런 장벽이 사람사이에 세워져 서로간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이념의 장벽으로 온통 둘러쳐져 있어 새로운 신 고립 시대를 맞고 있다. 다른 사람과 정치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금기중의 금기이다. 국민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말문을 아예 막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이런 철벽의 시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어쩌면 이렇게도 철저하게 편 가르기를 할 수 있을까. 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이렇게까지 기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을 대통령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역사는 이 정권을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 ‘권력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교묘하게 억압하여 실제로는 철권통치를 자행’했던 현대판 전제정권으로 기록하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과 정치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싶다. 핏대 올리고, 침 튀겨가며 얼굴을 벌겋게 붉히면서 하는 열띤 토론 끝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서로를 격려해주던 그 시대를 다시 맞이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할까. 대통령은 무슨 당치 않는 소리냐 하겠지만 대다수 국민이 그렇게 느끼고 있음을 아시기 바란다. 다행히 30대 아들과는 정치적 식견이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사이엔 상선약수가 흐르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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