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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회> 지리산 천왕봉 등정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06/29 [17:03]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드디어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登頂)했습니다. 요즘 지리산 대피소에 숙박이 금지되어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지리산(知異山)은 1967년 12월 29일에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서 경상남도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전라남도 구례군, 전라북도 남원시 등 3개 도, 5개 시·군, 15개 읍·면에 걸쳐 있습니다. 머리 위로 숲이 우거지고 오른쪽으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길이 엄마 품처럼 참 포근했습니다. 나뭇잎이 어찌나 맑고 푸른지 눈이 부시고 양쪽 옆에 자리한 큰 바위들은 다리 아플 때 엉덩이만 들이밀면 됐습니다.  

 

 <자연, 우리의 미래! 국립공원 전 구간 취사 흡연 금지>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자연은 수많은 세월을 견디면서 우리에게 왔고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도 기쁨과 휴식을 선물로 줄 것입니다. 지리산에 오니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유난히 숲이 많이 우거진 곳은 바위와 나무가 이끼 옷을 입은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높은 산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감싸고 있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참샘에 도착하니 흐르는 물이 있었는데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안내와 함께 무인구급함이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양심만큼 지리산은 푸르러집니다.> 팻말 앞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썩은 고목 나무 한 토막이 누워있는데 이끼가 감싸고 그 사이에서 작은 식물 하나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썩은 고목과 작은 식물 앞에서 경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 구조자 안전 쉼터>가 나타났습니다. 넓은 나무 의자가 자리하고 있어서 누울 수도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반달가슴곰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는> 주의사항 현수막을 읽으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왔습니다. 첫 계단에 부착된 <힘이 들어 못 간다고 전해라~>라는 팻말을 읽고는 웃음이 나오면서 힘든 마음이 달아났습니다. 몸통 아랫부분은 죽은 것 같은데 높은 가지 위에선 무성한 잎이 초록색을 뿜어내고 있는 고목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심장 돌연사 예방> 안내문이 나와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향기로운 바람이 참 좋다.>라는 팻말이 부착된 데크 계단에 도착해서 잠시 쉬며 바람을 음미하니 참 향기로웠습니다. 산 새소리가 어찌나 청아하고 고운지 휴대폰을 꺼내서 녹음했습니다. 

 

 갈수록 다리가 아프면서 숨이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처음 보는 흰색 꽃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꽃이 아니라 잎사귀였습니다. 끝에서부터 절반은 흰색이고 나머지는 초록색으로 마치 흰색 꽃처럼 보였습니다. 너무 힘들면서 한 편으로 많이 뿌듯한 현재의 내 상황과 같아서 오늘 처음 보는데 친구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야외 테이블에 몇 팀만 보였습니다. 올라오는 중에 김밥을 먹었기에 빈자리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었습니다. <입산 시간 지정제 안내문>에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 방향 산행 통제 시간이 하절기(4월~10월) 오후 4시, 동절기(11월~3월) 오후 3시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산행 안전을 위한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읽고 자가진단 후에 천왕봉을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발을 안전하게 디딜 곳을 한 번 더 확인하라는 팻말과 함께 돌길 오르막이 이어졌습니다.

 

 제석봉에 도착하니 <국립공원 특별 보호구> 안내문이 우릴 맞이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 풀 사이로 여기저기 나뒹굴어진 제석봉 고사목은 마치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에 두개골과 앙상한 갈비뼈만 남아있는 동물 사체(死體)처럼 보였습니다. 원래는 숲이 울창했는데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고 불을 질러 제석봉이 불타서 지금처럼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된 것입니다. ‘탐욕에 눈먼 인간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어리석은 행위가 이처럼 현재까지 부끄러운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라는 마지막 문구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고사목 사이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구상나무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우리 학교 어린이들을 보는 것처럼 사랑스럽고 대견했습니다.

 

 혼자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통천문(通天門)을 지나고도 험한 길은 이어졌지만 경치는 장관이었습니다. 자욱한 안개 덕에 시원하지만 전망이 안 보여 서운했는데 가끔 안개가 걷히면서 한 번씩 보여줬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바위를 기어올라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습니다. ‘天王峯’ 정상석과 뒷면의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후에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리막길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지친 체력으로 너무나 길고 길어서 4시간 30분이나 걸렸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불안했는데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담은 채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인 지리산을 다녀온 감동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뿌듯함과 자신감까지 선물로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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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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