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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회> 1%의 행복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08/10 [18:24]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삼복 더위에 등반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닙니다. 만약에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면 너무 서러웠을 것입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폭염 특보를 발표하며, 되도록 뜨거운 낮에 외출을 자제하고 혹시 외출 시 모자나 양산을 쓰고 무더위를 피하라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등산복을 입고 물과 간식이 든 배낭을 짊어지고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을 훔치며 산을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억지로 등산하라고 강요한 사람도 없습니다. 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나를 기다리는 장소는 있습니다. 바로 `정상 표지석`이 우뚝 서 있는 정상입니다.

 

 작년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적인 모임은 물론이고 공적인 행사까지 열리지 않으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단련을 위해서 퇴근 후에는 집 근처를 걷고 주말에는 뒷동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서 제법 높은 산을 오르다가 급기야 지리산 천왕봉까지 등정했습니다. 

 

 SNS 프로필 사진에 지리산 천왕봉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올리자, 지인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동안 식물 사진만 올리다가 처음으로 인물 사진이 올라와서 반갑다며 이 더위에 지리산을 다녀왔느냐며 축하와 함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때였습니다. 블랙*크 100대 명산을 완주한 후배가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정식으로 클럽에 회원 가입 후, 100대 명산 등정에 도전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까지 흔들며, 아니라고 사양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평생을 매여서 지내온 터라, 무엇이든 얽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취미생활이라도 스트레스 없이 자유롭게 누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마음 내키는 산으로 정해서 등반을 했습니다. 그런데 산악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초보 등산인으로서 정보가 없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별수 없이 사전 조사로 블로그와 유*브 등을 검색하며 등반할 산을 찾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블랙*크 100대 명산을 오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나라 산 중에서 명산으로 엄선한 산이니 고민할 필요 없이 하나씩 오르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등정하기 시작하는데 왠지 허전하면서 회원 가입을 권유한 후배의 말이 자꾸 귓등을 때렸습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지인이 추천해준 해골 바위가 있는 산을 오를 때였습니다. 남자 한 명이 산을 올라오기에 잠시 길을 비켜주면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1시간 거리인 타 지역 사람으로 산을 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블랙*크 100대 명산을 다 오르고 지금은 `블랙*크 명산 100 플러스` 산을 등정 중인데 이곳이 56번째라고 했습니다. 초면에 스스럼없이 하는 자랑을 들으며 감탄사와 함께 존경심이 솟구쳤습니다. 자랑을 끝내고 다시 씩씩하게 산행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안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갑자기 예고 없이 자주 나타나는 암릉 앞에서 줄을 잡고 매달리며 겨우 올라서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이건 등산이 아니라 암벽타기 훈련이라고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정상에서 숨을 돌리는데 좀 전에 자랑했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벌써 해골 바위를 보고 왔는지 놀라서 묻자,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하산한다는 것입니다. 

 

 이 산의 하이라이트가 해골 바위라서 그냥 가기엔 아깝다고 하자, 괜찮다며 미련 없이 내려갔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정상 인증만이 목적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허탈감이 몰려왔습니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 역시 중요하기에 `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등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그 클럽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클럽 회원으로 가입한 것입니다. 8월 7일 토요일 내변산 정상인 관음봉에서 `GPS 인증`과 함께 `첫 인증 사진`을 앱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승인과 함께 인증한 산 높이만큼의 멤버십 코인이 적립되었습니다. 물품 구매 할인권도 주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명산 100 중에 1좌 등정으로 받은 `챌린지 인증률 1%`라는 빨간 글씨입니다. 

 

 인증 사진 아래에 회원들로부터 `좋아요`와 응원의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혼자 무인도에서 지내다 갑자기 내 편이 많아진 기분으로 든든합니다. 연수가 빨리 끝나길 바라며, 다음 등정할 산을 고르고 있습니다. 시작했으니 명산 100 완주까지는 절반 남은 것입니다. 방학 때 한 곳이라도 더 가고 싶어서 마음이 바쁩니다. 삼복더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렙니다. 오늘도 이어지는 응원 글에 감사의 답글을 달며 `챌린지 인증률 1%`를 보고 또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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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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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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