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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회> 운초 김부용 묘를 찾아서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10/12 [19:20]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일요일 비 예보로 산행 계획을 취소했는데, 쾌청한 날씨로 약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도 또 비가 예보되었습니다. 낙심에 빠져 있던 중, 충남 천안 지역이 5ml 이하로 강수량이 적은 걸 발견했습니다. 산행하기 좋은 대체휴일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에 광덕산을 목적지로 정하고 비옷을 챙기고 산행에 나섰습니다. 몇 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천안은 `하늘 아래 편안한 곳`이라는 이름답게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화사한 햇살이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광덕산만 가기에는 오전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산행 시간이 짧은 흑성산을 먼저 올랐습니다. 흑성산의 원래 이름은 검은산으로 일제강점기 때 한자로 흑성산으로 변경했습니다. 독립투사가 많이 배출된 지역으로 전망대에 오르니 독립기념관과 천안 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졌습니다. 일출과 일몰이 멋진 지역으로 사진찍기 좋은 곳도 양쪽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몰까지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광덕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광덕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산행을 마치고 빠져나간 자리가 많아서 쉽게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준비해온 뜨거운 물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광덕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행 일정은 1코스로 시작해서 3코스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1코스로 오르는 길은 대부분 계단으로 되어있는데 정비가 잘 되고 길이 넓어서 걷기가 편했습니다. 나무계단과 돌계단 그리고 사이사이에 흙길이 조금씩 섞여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오르기 즐거웠습니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장군봉을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사람들이 최단코스로 가는지 3코스에선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우리처럼 최장 코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른 오전 시간에 다녀간 듯했습니다. 장군봉까지 도착해서 간단한 간식을 먹고 김부용 묘가 있는 3코스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길은 푹신푹신한 흙길로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분 좋게 내려가는데 얼마를 걸어도, 어떠한 푯말이나 김부용 묘가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하산을 한 결과 광덕사의 큰 불상이 나타났습니다. 어떤 여자 한 명이 불상을 구경하고 있어서 김부용 묘를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절 안에 어느 남자분이 보여서 달려가 물었더니 김부용이 누구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젠 물어볼 사람도 없고 어떻게 찾을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비까지 후두둑 떨어졌습니다. 가방에서 비옷을 꺼내입고 임도를 오르면서 찾기로 했습니다. 이번 광덕산 산행에 김부용 묘가 아내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기에 남편도 함께 애타 했습니다.

 

 한참 올라가니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을 수북하게 떨어트린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김부용 묘 안내 팻말이 나타났습니다. 길에서 약간 올라가자, 아담하지만 정갈하게 꾸며져 있는 운초 김부용 묘가 나타났습니다. 못 찾을까 봐 마음졸인 끝에 어렵게 찾자 더욱 반가웠습니다. 다행히 빗방울이 그쳤습니다. 차분히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김부용(1812~1861)은 자는 운초(雲楚), 호는 부용(芙蓉)으로 평안도 성천에서 가난한 선비의 무남독녀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퇴기의 수양딸이 되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생이 되었습니다. 고운 자태와 뛰어난 시 작문 실력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녀의 재능을 아끼며 귀하게 대해주는 연천(淵泉) 김이양을 만나면서 기생 신분을 떨치고 시를 지으며 살았습니다. 이때가 김부용 19세, 김이양 77세였습니다. 

 

 19세 김부용은 `뜻이 같고 마음이 통하면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세상에는 30객 노인이 있는가 하면 80객 청년도 있는 법입니다.`라는 말에 나이 때문에 망설이던 김이양은 탄복하면서 녹천당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함께 지낸 지 15년째인 김부용 33세에 김이양은 92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부용은 16년을 김이양을 향한 그리움을 시로 달래며 녹천당에서 칩거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부용의 유언에 따라 김이양이 묻힌 광덕산 산자락에 묻혔습니다.

 

 그의 시는 조선시대 여류시인에게서 볼 수 있는 연약한 병적 애상이 적고 여장부(女丈夫)다운 시정이 특징입니다. 문집인 <운초시(雲楚詩ㆍ일명 芙蓉集)>에는 약 150여 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김부용은 송도 황진이, 부안 매창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으로 불리며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에서 해마다 추모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의롭고 의리 있고 하늘 아래 마음 편한 곳`인 천안의 향기에 흠뻑 취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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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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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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