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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작가로 유명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박완서 작가님의 그림동화입니다. 이 위대한 작가가 그림동화를 썼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짧은 그림동화지만 오늘날의 물질문명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삶의 메시지가 담긴 동화입니다. 오랫동안 가뭄에 시달린 개미들은 어느날 곳간을 다 채우고도 남을 만큼 큰 먹이를 발견합니다.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 먹이를 본 순간 그 맛난 먹이를 먹을 생각에 들뜨지만 젊은 개미들의 존경을 받는 늙은 개미 한마리가 나타나 그 먹이가 '매미'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개미들은 살아 있긴 하지만 날개도 없고 가만히 꿈틀거리기만 하는 매미를 어서 빨리 먹고 싶어하지만 늙은 개미는 매미가 한 여름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몇년이나 어두운 땅 속에서 날개와 목청을 다듬느라 7년은 족히 넘게 기다렸을 것이라 말합니다. 팔자좋게 노래나 부르는 매미를 빨리 마을의 광속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개미들에게 늙은 개미는 7년의 기다림을 다시 한번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매미의 노래소리가 참 좋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던 시절에 매미의 노래 때문에 여름의 산과 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매미의 노래를 칭찬하는 개미들의 말이 이어집니다. 결국 개미들은 콘크리트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매미를 끌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매미는 어느새 개미들보다 더 힘을 내서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혼자 힘으로 나가 빛나는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오르게 됩니다. 그 광경을 보던 개미들은 기쁨에 차서 매미의 앞날을 축복해 주면서 끝이 납니다. 

개미처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 동족들과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분명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들은 더운 여름날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어떻게든 자신과 개미 사회를 위해 일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가뭄으로 굶주린 상태고 마을의 곳간은 비어 있었기 때문에 매미의 유충처럼 풍성한 먹이는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일개미들의 눈에 매미의 노래는 먹고 사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쓸데없는 짓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우리는 냉혹한 현실에 여유라고는 찾을 수 없이 힘든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박완서 작가의 다른 여러가지 작품은 모두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난과 배고픔, 비참한 나라 현실을 모두 경험한 작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지만 끝없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우리민족의 근성으로 다시 번영을 되찾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른 많은 작품에서 소설로 표현해냈습니다. 당시의 상황은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가치였을지 모릅니다. 일개미들이 매미의 노래보다 당장 매미를 훌륭한 먹이로 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빵만으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 바쁜 여름날에도 매미의 노래를 듣고 일개미들이 힘과 희망을 얻은 것처럼 우리에게도 열심히 더 잘살기 위한 노력에 앞서 삶의 이유와 근본 가치를 찾는 것이 눈앞의 먹을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삶의 목적도 없이 열심히 사는 것은 과연 가치있는 삶일까요? 매미의 노래는 당장 먹고 사는 것을 위해 희생하는 개미의 노동보다 가치가 없어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미는 그 한번의 노래를 위해 7년을 기다린 것입니다. 그 기다림의 가치를 알아봐줄 수 있는 현명함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는 삶 속에서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가치를 놓치지 않도록 늙은 개미처럼 그 가치를 알아봐 줄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생에 가장 가치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보이지 않는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보이는 것을 투자하고 희생할 수 있는 기준이 우리에게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출처] 2024년 11월 13일 오늘의 책 : [7년 동안의 잠] 박완서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