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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정호승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4/11/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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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를 읽어봤습니다. 시가 가지는 표현의 양면성이 극대화되는 느낌이 좋습니다. 시를 읽다보면 내 마음의 상태, 내 마음속 이미지로 인해 수없이 다른 이미지와 의미가 확산되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모과라는 시를 읽어보면 과거에 사무실에 갖다놓은 모과 열매가 생각납니다. 처음 모과 열매를 받아왔을때는 신선하고 겉을 만지기만 해도 신선하고 향기로운, 뭔가 시원한 달콤함이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모과는 생각보다 빨리 썪었습니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가을이 깊어가자 시커멓게 썪어가는 모과를 보면서 내 인생도 썪어가기 시작했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썪어가는 모과의 침묵을 보면서 나도 조용히 침묵하기 시작했다는 문장이 뭔가 양심을 긁으며 다음 문장을 읽게 합니다. 모과는 썪어가면서도 침묵의 향기가 더 향기로웠고 나 역시 썩어갈수록 더 더러운 분노의 냄새가 났다는 문장, 모과 향기가 향기로울때 내 인생에서는 악취가 났다는 문장은 마치 기성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눈감고 외면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생각납니다. 

 

택배라는 시는 이 책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누가 보낸지도 모르는 슬픔이 택배로 왔고 오자마자 포장을 벗기려 했지만 슬픔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포장된 슬픔이 나를 슬프게 하니 일생에 한번이라도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달라는 문장이 마음에 담깁니다. 슬픔을 표현했지만 어딘가로 향할지도 모르는 분노가 함께 느껴집니다. 슬프지만 그 슬픔을 해소할 수 없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한편으로 흙탕물이라는 시에서는 흙탕물이 맑아지지를 기다리지 않고 고요해지기를 기다리지 않으며 흙탕물이 흙탕물 그대로 있는게 아름답다고 합니다. 흙과 물이 만나 한 몸을 이루어 서로 사랑하고 미워할뿐 흙이 물을 만나 더러운 흙이 되는게 아닌 것처럼 내가 썩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 그그대로인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아닐까요?

 

기본적으로 이 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양가감정이 표현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소란한 고요라는 말도 양가감정이라기보다는 모순적인 표현입니다. 고요는 고요를 깨뜨려야 고요하다는 말도 모순적이며, 소란한 고요를 찾아 고요하라는 말도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파도속에서 모순적인 현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성세대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과 증오가 공존할때처럼 양가 감정이 동시에 드는 일은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같은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속에 있을때, 문득 드는 자신의 감정을 정의하기 어려울때처럼 모호하지만 정확한 표현같습니다. 

 

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시인이 표현한 문장의 정답을 정확히 알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해설가가 나와서 그 시의 문장을 해석해줄수는 있지만 시인이 그 문장을 표현했을때와 나중에 시집이 나왔을때 시인이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딘가에 정답과 해설지를 적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시를 쓴 사람과 읽은 사람의 감정과 해석이 다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것이 시의 묘미이면서 동시에 모호한 점입니다. 이 시집을 읽을수록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시의 댓글을 읽어보면 시인이 의도한 슬픔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은 독자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하기를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처럼 공감을 거부하거나 오히려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시인의 감정과 인사이트를 해석이 모호한 한문장에 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 뜻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지만 그 역시 작품의 한 결과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시에는 결론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항시들이 많이 유행을 했고 그 저항의 글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님 떠난 인간의 영적 상태를 기록하는 시는 시중에 많지 않습니다. 성경의 시편에 기록된 다윗의 시들은 인간의 감정을 넘어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며 적은 글들입니다. 시를 읽다보니 기도하며 하나님과 소통하는 순례자의 기도가 떠오릅니다. 나의 영적 상태를 시로 기록해보면 어떨지요? 근본의 문제가 해결된 사람이 적은 시는 하나님 떠난 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출처] 2024년 11월 28일 오늘의 책 : [슬픔이 택배로 왔다] 정호승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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