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3루' 중 하나로 알려진 태화루 복원이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건설업자들의 개발논리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질뻔 한 것은 올 한해 울산지역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본보는 중구 태화동 로얄예식장을 포함 이 일대에 주상복합건물 신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 본격적인 취재활동에 들어가 모 건설업체에서 이미 부지매입에 들어가 사업추진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태화루 복원사업 무산위기'라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울산시를 비롯 울산지역 문화계와 10여년전 태화루 복원을 추진했던 추진위원들이 울산의 상징으로 시민들의 정서에 자리잡고 있는 태화루는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때부터 주상복합신축을 추진해 온 건설업체와 시민과 문화계 사이에 태화루 복원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모 건설업체측이 추진했던 주상복합신축 자리는 지역 문화예술계가 지난 1994년 '태화루 복원 추진위원회'를 구성, 태화루를 복원하려는 바로 그 자리였다.

울산시도 올해 수립한 태화강 마스트플랜에 태화루 복원사업을 포함시켜 적극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주상복합신축 논란으로 올 한해 울산지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태화루는 신라 자장율사가 세운 태화사(太和寺)의 누각으로 일부 역사서에 기록돼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촉석루, 영남루와 함께 '영남 3루'로 알려졌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현재 현판만 남구 신정동 학성 이씨 재실인 이휴정(二休亭)에 보관돼 있다.

이처럼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태화루의 복원예정지가 민간업자에 의해 주상복합신축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울산시는 즉각 '절대 불가'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시민들의 정서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울산의 뿌리깊은 역사를 간직한 태화루를 이곳에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면서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시의회에 태화루 복원 기본계획서를 제출, 오는 2011년 12월까지 태화루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원 예정지는 중구 태화동 로얄예식장 일대 3천277평이며, 총사업비는 건축비 50억원 등 41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태화루 북원사업은 각 단계별로 기본계획은 우선 예비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2단계로 부지매입과 건물보상을 완료하고, 설계공모와 심사를 거쳐 기본 및 실시설계를 끝내기로 했다.

이어 2010년부터 2011년 말까지 태화루와 종각, 부속사 등 본격적인 태화루 복원 건립공사를 실시하고 주변 조경공사 등 공원조성을 완료한 뒤 복원 완공 기념행사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복원될 태화루 규모는 서거정의 기록에 근거해 진주의 촉석루보다는 누대와 부속 건물을 갖춘 밀양 영남루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주변 경관과 격에 맞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태화루 복원의 모델이 될 영남루는 대지 2천729평에 정면 5칸, 측면 4칸의 일자형 건물 68평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내년 기본계획 용역비를 학술연구비로 대체하는등 사실상 삭감해 시의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울산시가 주상복합건립을 위한 건축허가를 반려하자 업체가 행정소송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최인식기자

사진설명= 1. 왼쪽 위= 복원 예상도
2. 오른쪽 아래= 지난 10월 10일 문화예술회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태화루 복원 추진 범시민 모임 회의'에서 김철 전국문화연합회 울산지회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