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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정호식 학성고 교사   기사입력  2015/03/30 [16:38]
▲정호식 학성고 교사
얼마 전에 시간제 강사와 관련된 작은 문제가 있었다. 일반 교사들에게는 ‘작은 문제’이지만 당사자들에게 또 한 번 마음에 아픈 생채기를 내는 사건이었다. 시간 강사에게는 방과후수업을 주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온 것이었다. 이미 방과후수업 시간표가 완성되었는데, 이 때문에 시간표를 다시 짜고 그 바람에 정규 교사들의 수업 시수는 더 늘어났다.

시간제 강사는 보통 1주일에 12~14시간 정도 강의를 한다. 정규 수업의 시간당 수당은 16,000원 정도니까, 한 달에 90만 원 정도 받게 된다. 방과후수업은 시간당 수당이 30,000원 정도 한다. 이 공문이 내려오기 전에는 시간강사가 방과후수업을 몇 시간 하여 금전적으로 보전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정규교사의 수업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공문으로 인하여 시간강사는 박봉을 조금이라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고, 정규교사는 수당보다는 수업 시간을 줄여 얻을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렸다. 이 사건의 핵심은 시간강사의 수업 시수는 주당 15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15시간을 넘게 되면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시간강사의 4대 보험료를 내주어야 한다. 이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정규 수업 시수를 15시간 미만으로 하여 계약한다. 그런데 어떤 시간강사가 추가로 더 한 방과후수업 시수를 근거로 보험료 지급의 정당성을 따지는 바람에 그 여파로 이런 공문이 내려온 것이었다.

비정규직 규모가 전체 노동자의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청년 세대 중에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이 50%를 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초래하는 원인의 하나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셈이었다.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꼈다. 분명히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데도 불구하고 제도와 행정 절차에 따라서 성실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공문을 처음 생산한 교육부나 교육청의 담당자는 법과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또한 내려온 공문에 따라 다시 시수를 재배정한 교사들 또한 공적인 명령에 충실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가 원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자본의 논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4대 보험료에 들어가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15시간 미만의 노동자에게 사용자는 4대 보험료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법 규정은 자본가의 논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점이 있다. 한 사람의 시간 강사가 그런 요구를 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시간 강사가 반드시 그런 요구를 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방과후수업을 줘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특수성이나 차이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이성적 사고가 근본적인 원인일지도 모른다. 아도로노는 히틀러의 전체주의가 가능했던 것은 인간이 이성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의 이성은 개체들이 가진 복잡성과 차이를 제거하고 획일화하여 끊임없이 개념을 생산해낸다. 학교의 시간강사 문제도 이와 유사하다. 하나의 사례 때문에 전국의 모든 시간 강사들을 획일화, 일반화시켜버렸다. 이성적 사고의 자기모순인 것 같다.

무관심에도 원인이 있다. 시간강사의 임금과 관련되는 이런 공문을 처리하는 정규직은 이 공문으로 인해 시간강사가 겪게 되는 처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자신들은 시간강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명령에 충실했던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은 관료로서 상부의 명령을 성실하게 수행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우리도 어느 사이엔가 경쟁에만 골몰하고, 통제와 강압에 순종적이 되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예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물론 일개 교사가, 아니면 교감이나 장학사가 ‘시간 강사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본들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힘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무관심한데, 보이지 않는 먼데서 이러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시간강사의 입장을 생각해서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을 일 년에 한두 달 정도 육체노동을 하게 하거나, 80~90만원 받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게 하면 이런 법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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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3/30 [16:3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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