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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피렌체 이야기
 
신순애 연두여행사 대표   기사입력  2015/03/30 [16:42]
▲신순애 연두여행사 대표
“이탈리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토스카나는 사람을 두 번 미치게 만든다. 도착할 때 한번, 그리고 떠날 때 다시 한번” 피렌체의 주도(州都)인 토스카나 지방을 얘기할 때 이런 표현을 쓴다. 그 만큼 매력이 넘치는 도시라는 거다.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둥근 지붕, 뽀족한 탑,  아르노강의 유유함 하지만 무엇보다 피렌체를 빛나게 하는 건 르네상스정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품격 있는 스토리다.

이곳은 13세기 말 상업의 발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매디치 가문은 14~ 15세기에 금융업과 무역으로 부를 축척한 평민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 가문의 등장은 혁명을 알리는 전조였다. 파치, 알비치 등 여러 가문이 있었음에도 역사는 유독  메디치 가문만을 기억하고 있다. 왜 일까? 그들의 부가 아름답게 쓰여 졌기 때문이다. 그 가문은 인재교육에 재투자 했으며 당대 유능한 예술가와 학자들을 발굴, 후원함으로서 르네상스의 기초를 닦았다. 또 이 가문은 세 명의 교황을 배출했으며 그 세력은 로마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무엇보다 매디치 가문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주인공들이다. 귀족으로 받은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사회에 대한 봉사로 돌려주는 것. 로마 귀족들이 노예나 평민보다 먼저 사회적 의무를 실천하면서 길을 닦아 로마에 기증한 것처럼 당연한 善을 만들어 간 가문이다. 

피렌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는 산타크로체 성당도 한 몫 한다. 그곳에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고 말하는 ‘베아트리제 첸지의 초상’이 있다. 많은 이들은 이 작품을 볼 수 있음을 뜻밖의 선물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피렌체에 가고 싶은 이유를 이 작품을 보고 싶음에 묻기도 한다. ‘스탕달 신드롬’의 신조어를 만들어 낸 주인공도 이 작품이다. 작품의 스토리는 이렇다.  베아트리제 - 그녀는 꽃다운 나이 14세에  프란체스코 첸지라는 아버지에게 겁탈 당한다.  1598년 어느 날, 그녀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고 계모 오빠와 함께 살해 계획을 세운다. 아버지가 마시던 술에 아편을 타서 쓰러지게 한 후 망치로 때러 숨지게 한다. 시체를 집 옥상에서 정원의 무성한 나무사이로 던져 사고사로 위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상이 밝혀지고 이들은 사형선고를 받는다.

오빠 자코모는 사지가 찢기는 형을 받아 시체가 사거리에 걸렸고 계모역시 참수형을 당한다. 혼자 남은 베아트리제. 그녀는 죽을 때까지 품격을 잃지 않는다. 호흡조차도 고요하다. 하얀 모포로 몸을 감싸고 하얀 모자로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던 머리카락을 가렸다. 그리고 단두대에 오른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죽음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그녀는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하얀 색 성당 앞에 서니 그저 겸허해진다.  문득 단테의 사랑에 가슴이 저며 오기도 한다. 세상에 태어나 이리 아름다운 사랑을 한 이가 몇 명이나 될까.

5월 초하루쯤이면 피렌체에 꽃들이 무성하다.  저명인사들을 청해 축제가 열렸는데 단테는 아버지를 따라 축제에 참석하게 된다. 이 때 한 살 어린 베아트리제의 고운 자태를 보고 단테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9년 동안 그녀를 지독스럽게 짝사랑하게 된다.  뜨거운 사랑의 열정은 환상여행기 ‘신곡’으로 탄생한다,

단테는 숫자 ‘9’와 인연이 많다. 베아트리제를 만났을 때 아홉 살, 9년을 짝사랑 했었고, ‘신곡’도 아흔 아홉 개의 칸토와 서곡 하나로 이루어져있다. 심지어 그는 작품 속에서 그녀를 아홉 번째 달 아홉 번째 날에 죽은 것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성당을 지나 걸음을 옮기면 베키오 다리를 만난다. 프랑스 파리에 미라보 다리가 있다면  이곳 피렌체에는 폰테 베키오 다리가 있다. 파리의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이루지 못한 사연이 안타깝고 또 단테와 베아트리제의 극적인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절절해진다.

피렌체에 서면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다. 작은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긁적거리고 싶어진다. 르네상스 정신을 기록하고 싶고,  단테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기록하고 싶다. 머문 시간만큼, 내 발걸음만큼  꼭 그 만큼만 정직하게 흔적을 남기고 싶다.
그곳이 피렌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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