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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5/03/31 [16:29]
 
▲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머니의 뒷모습은/ 치열한 삶 속에/ 은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보려 한 적이 없다/ 어머니 뒷모습은/ 고단한 삶의 일기장이었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삶도/ 고단했던 삶도/ 두터운 위장막僞裝幕이 걷히고/ 어머니는 숨죽이며/ 줄어든 뒷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억울한 뒷모습은// 빛바랜 세월의 몫이기 때문이다’(자작시 ‘어머니의 뒷모습’)

 지난 달 23일, 필자는 뜻 깊은 한 행사에 참석했다. 2010년부터 전국에서 사친문학(思親文學) 공모작을 받아 우수작을 시상해 온 백교문학회(회장·권혁승)가 주최한 ‘세상의 빛, 어머니 사랑’ 출판기념회였다.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이 행사에 필자는 백교문학상, 제3회 수상자 자격으로 초대받은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서울경제신문 발행인을 지낸 권 회장은 고향 강릉시 죽헌동에 조선 전통정자와 시비를 세운 사모정(思母亭) 공원을 조성해 강릉시에 기증했고, 2010년 백교문학회도 직접 만들어 운영해 왔다. 그는 “한국의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처럼 ‘어머니 사랑과 효 정신’의 표상이자 모자(母子)가 화폐에 등장한 경우는 세계에 전무하다”며 “영국 석학 아놀드 토인비 역시 한국 효 사상의 가치를 일찌감치 간파했다”고 말했다. 

 또한 권 회장은 “부모님의 사랑과 효의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세태가 돼야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된다”며 “문학상을 진행하며 세계에도 한국의 효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책의 출간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박목월 시인의 시 ‘어머니의 눈물’을 비롯해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주제로 한 문인과 각계 인사들의 글 71편이 담겼다.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최명희 강릉시장 등의 글도 실렸다. 말미에는 필자의 백교문학상 수상작품(어머니의 뒷모습)을 비롯한 역대 백교문학상 수상작 21편이 포함되었다.

 권 회장은 “어린 시절 함께 농사짓고 소 몰던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며 “이제는 댐이 들어서 수몰된 핸다리(백교의 강릉 사투리) 마을의 애잔한 기억 속에 살아계신 부모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공원 건립, 문학상 운영, 책 출판·발송 등에 소요된 적잖은 비용은 모두 사재를 털었다.

 이번에 한국의 전통 효 사상을 소개하기 위해 펴낸 책 ‘세상의 빛, 어머니 사랑’과 영문판(The light of the world, mother’s love)은 국내 국립·대학도서관 190곳과 해외 60개국 국립·대학도서관 110곳에 기증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해외 도서관에 책을 보내면서 “한국을 연구하는 후학들이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적은 편지도 동봉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문할 80개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114명에게도 이 책이 전해질 계획이라 덧붙였다.

 필자는 4년 전, 무릎 관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어머니의 문병을 한 적이 있다. 그날 병원을 떠나오던 길에 문득 떠오른 시상(詩想)을 그대로 받아 적었는데 그 시가 바로 ‘어머니의 뒷모습’이었다. 바로 그해 제3회 백교문학상에 응모한 결과 뜻밖에도 큰 상을 받게 되었다. 오랜 세월 불효의 자책에 시달려 온 터라 조금은 위안도 되었으나, 어머니 생전에 따뜻한 선물을 안겨 드리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 한 편 뿌듯하기도 했다.  

 핵가족화의 빠른 진전으로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갈수록 메말라 가고, 한국의 전통적 효친사상도 희박해져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세대 간의 갈등 또한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의 효친사상을 해외에 적극 알리기 위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사비까지 털어 적극 나서고 있는 권혁승 회장의 아름다운 행보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권 회장의 높은 뜻이 더욱 빛을 바라기를 염원하며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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