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자금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은 회사원 정 모(39)씨는 "특수연체 보증인이어서 신용대출이 불가능하다"는 행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3년 전 알고 지내던 서 모(42·여)씨에게 400여만원의 카드대출 보증을 서 주었는데, 빚이 많던 서 씨가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용불량 구제를 신청해 받아들여지면서 정씨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게 된 것이다.
신용회복지원제도는 개인 연체자의 경제회생을 도와주는 제도. 상환기간의 연장, 분활상환, 이자율 조정, 변제기 유예, 채무감면 등 채무조정 수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울산에서도 수 백여명의 신용불량자들이 이 제도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선 금융기관들은 채권 확보를 위해 채무자가 이 제도를 통해 성실히 빚을 갚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증인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전산망에 신용불량자와 맞먹는 특수연체 보증인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있다.
실제 서씨가 이 제도의 혜택으로 8년간 400만원을 나눠 장기상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은행은 보증인인 정 씨의 부동산을 가압류하고 특수연체 보증인이라고 은행 전산망에 등재했다.
정 씨는 "채무자가 성실히 빚을 갚고 있는데도 은행이 보증인에게 가압류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개인의 신용회복을 위해 마련된 이 제도가 오히려 타인의 신용에 치명타를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이지만 은행은 채권확보를 위해 보증인의 재산을 가압류할 수 있다"며 "보증인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씨는 "채무자가 빚을 다 갚는 8년 동안 보증인은 재산 처분도 은행 대출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 제도가 오히려 신용불량자를 낳게 되는 결과까지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정재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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