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호기와 같은 종류의 원전이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돼 있다. 한전은 2009년 UAE에 이런 원전4기를 수출하면서 올해 9월까지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을 실시해 그 안정성을 입증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달 원전밸브에 이상이 있다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측의 통보에 따라 해당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5~6개월이다.
이 와중에 이번에는 신고리 3호기 위치전송기 연결선(케이블) 조립체에 대한 검증시험에 하자가 발견됐다고 한다. 원자로에는 제어봉이 설치돼 있는데 제어봉은 핵분열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다. 이 제어봉들이 제 위치에 있는지 보여주는 ‘위치 전송기’연결선 조립체에 이상이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조립체가 원전 수명(40년)동안 흔들리는 값을 계산할 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중치까지 넣어야 하는 데 정상운전치만 넣어 계산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비상시에 대비한 검증이 실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은 그 하나하나가 안전과 직결돼 있다. 고정 핀, 밸브, 또 밸브 안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어느 것 하나만 잘못돼도 대 재앙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원안위가 신고리3호기 운영허가 승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GE사가 부품리콜을 하자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승인을 보류한 것, 원전 시설 안에서 발생한 질소가스 누출사고 직후 심의자체를 연기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런 하자가 연이어 발생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익 손실이다. 대통령이 직접 중동국가를 찾아가 어렵사리 ‘원전 외교’ 성과물을 가져 왔는데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할 한수원이 겉돌고 있으니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미 수출한 원전 4기는 그렇다 쳐도 앞으로 UAE나 다른 중동국가들이 우리 원전을 계속 수입할지 의문이다. 새로 지은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간 부품이 곳곳마다 말썽을 부리는데 구태여 우리 원전을 구입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지역주민들의 反원전 분위기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겨우 주민들의 불안감을 추슬러 놓았는데 이런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 원전건설 반대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반원전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판에 이런 부품결함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으니 앞으로 신고리 4,5,6호기 건설을 어떻게 하려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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