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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가 있는 사회
 
서상호 효정고 교사   기사입력  2015/05/06 [15:42]
▲서상호 효정고 교사
필자는 썩 가정적인 사람이 못 된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가정에 소홀했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는 나름의 가치를 찾아 그것을 구현한답시고 가정을 살뜰히 돌보지 못했다. 뒤늦게 가족에 대해 애틋한 정을 갖게 된 것은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어머님을 떠나보내면서였다. 이미 그런 나이가 돼서 였는지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뒤 문득 형제들과 가족들을 새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요즘은 매사에 가족에게 가장 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는데, 오월의 첫머리에서 가족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공고한 사회일 거라 생각하는 듯하다. 비록 방식이 세련되지는 못했을망정 한국의 부모들만큼 자식 사랑에 유별한 이들이 어디 있으랴 생각하고, 다소 퇴색되긴 했어도 자식들의 효성 또한 아직까지 세계 어느 문화권에도 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형제간의 우애 또한 마찬가지일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효(孝)와 제(悌)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족 중심의 유교 문화권 사회였다는 점에 바탕을 둔 믿음일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 우리 사회에는 가족 간에 잔악한 범죄가 늘고 있다. 올 들어서만 해도 30대 아들이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60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고, 10대 후반의 아들이 욕을 하고 때리자 격분하여 아들을 흉기로 찌른 40대 아버지의 사건도 있었다. 이런 것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일어난 일들이라 하겠지만, 며칠 전에는 아들과 딸이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고 어머니와 공모하여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청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 사회 가족들 사이의 폭행 사건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상해 사망 사고 또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한 신문은 지난 해 우리 사회의 존속 살해 사건이 전체 살인 사건의 6.6%라는 통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비중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서너 배 높은 비율이라 한다. 주로 동반 자살의 형태를 띠긴 하지만 부모에 의한 유아 살해까지 더한다면 한국 사회의 가족 살해 비중은 훨씬 높아지지 않나 싶다.

  가정의 달 첫머리에 이토록 어둡고도 끔찍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까닭은 우리 사회의 가족 문화에 심각한 위험이 내재해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함이다. 인간이 세상에서 마지막 기댈 곳은 가족의 품이다. 가족의 사랑은 누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갖게 되는 덕목이다. 그런데 가족 살해의 비율이 다른 사회에 비해 서너 배에 달한다면 이는 분명 우리 사회의 가족 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막연히 우리의 가족 문화가 세계 어느 곳보다 더 공고할 것이라 믿고 있는 가운데 실은 우리 사회의 가족 문화는 조금씩 해체되어 온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원인이 분명해지면 해결책도 보일 것이므로 정확한 원인 진단이 절실하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이 현상은 경쟁을 부추기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극단적 산업화가 낳은 부작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이 사회 구성원들을 낱낱의 개체로 개별화 파편화하면서, 소통은 점차 사라지고 오로지 물질적 소유욕에만 매달리는 가운데 우리는 정작 소중한 인간애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이제 가정도 학교도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서 편히 쉬게 하는 위로는 없고, 오로지 더 열심히 달릴 것을 요구하는 독려만이 난무한다. 아무도 위로해 주는 이 없는 이 피곤한 세상에서는 가족 간에도 분노 조절이 어렵게 되고 그것이 끔찍한 저 사건들을 낳은 건 아닐까?
 
책임과 의무를 앞세워 요구만 하고, 달리다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서는 더 열심히 달릴 것을 독려하는 냉철한 성과주의의 세상에서 가족 해체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그동안 이루어온 것들에 대해 서로 감사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위로 한 마디가 새삼 절실한 가정의 달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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