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울산협회장

경북 영천시에 있는 임고서원은 효행과 충절의 유훈을 남긴 포은 정몽주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필자는 이번에 임고서원과 그에 딸린 포은유물관을 둘러보고 왔다.

선죽교와 단심가로 잘 알려진 고려 말 충절의 상징인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은 고려 말 기울어가는 국운을 걱정하며 끝까지 고려왕조를 지키기 위해 절의를 굽히지 않은 충신이었다.이를 기리기 위하여 경북 영천시는 지역의 성현인 포은선생의 충효사상을 재조명하기 위하여 역사관을 건립하고 2006년부터 운영중에 있다.

임고서원에 가면 선생의 충절과 효행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포은선생은 ‘두 왕조를 섬기지 않는다’는 그의 곧은 절개 때문에 태종 이방원이 보낸 자객에게 개성 선죽교에서 죽임을 당했다. 비록 개성 선죽교와 숭양서원은 북한에 있지만 이곳에 세워진 역사 유물관을 통해 당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선비처럼 도포도 직접 입어보고 배례법과 다도를 익히며 충효와 예절교육. 아울러 영천 아리랑도 읊으면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문화란 그 민족의 사고와 생활양식의 총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화 속에는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어우러진 정신적, 물질적인 일체의 성과들이 결집돼 있다. 당연히 효행도 그런 문화 속에 포함된다. 효가 어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가. 생활 곳에서 걸러지고 개념이 정립된 뒤 다시 검증단계를 거쳐도 그 정체성을 확립할까 말까이다. 그래서 국가 역사가 짧은 미국은 동양의 효 개념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혈연의 개념도 충효의 개념도 이전과 같지 않음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학연, 지연, 혈연이라면서 이러한 것들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충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음도 사실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며 효의 달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등이 통틀어 효(孝)의 개념 속에 포함된다. 예전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지만 존중의 대상이기도 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이 있었으며 우리는 그렇게 따랐고 그렇게 해야만 했다.

교육부가 집계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2009년 1천 570건에서 2013년 5천 560건으로 증가하다 작년엔 4천 10건으로 다소 주춤해 졌다고 한다. 교권보호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다소 낮아졌다는 통계에 그나마 마음이 놓이지만 어쨌든 유쾌한 통계자료는 아니다.

울산에서 가까운 영천 임고서원의 예절교육은 남녀노소, 특히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효 계승 예절교육으로 잘 짜여 져 있었다. 우리 울산에도 이에 못지않은 충의사와 구강서원 등이 있다.

구강서원은 조선시대 울산지방의 최초 사립교육기관이었다. 그 역사적 가치로 따지면 임고서원에 못지 않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모습 없다. 전시물도 그렇고 인적 드문 사당이나 서원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그냥 보존물로서의 가치를 다하고 있을 뿐이다.

공업도시 울산은 이제 문화가 있고 예절이 있는 인정교육의 도시로 탈바꿈 할 때가 됐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 줄 예절교육 전담기관 하나 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