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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세대와 달관(達觀) 세대
 
신영조 칼럼니스트· 울산 자유총연맹 북구 사무국장   기사입력  2015/06/09 [17:57]
▲신영조 칼럼니스트· 울산 자유총연맹 북구 사무국장
'하루 평균 40명 자살'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오래전부터 연일 귓가를 맴돈다. 숨이 턱 막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밀 뒤르켐에 따르면 "자살은 개인적 결단이기 이전에 사회적 현상"이라 했는데, 자살을 택한 하나하나의 사연들, 사회를 향한 그 마지막 절규가 통계에 매몰되는 것 같아 아쉽다.

기사에 따르면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청년들이 자살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들로부터 사회는 자유롭지 못하며, 이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 중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에겐 그 어떤 말도 위안이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칼럼을 빌려 몇 마디 적어본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고까지 표현되면서도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쉽사리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만 15세부터 29세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는 39만5000명에 달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졸업유예자 등의 '실질적 실업자'까지 포함한다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9.2%의 두 배를 넘는 21.8%에 달한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구직자는 끝을 모르고 불어나지만, 일자리 수는 결코 그 증가세에 맞춰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들쑥날쑥하기 짝이 없는 임금 격차는 청년들로 하여금 더욱 양질의 일자리만을 바라보게 한다.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가 다른 모든 것들을 밀어내고 가장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설령 바늘구멍을 뚫고 운 좋게 취업을 한다 해도, 가장 먼저 환영해주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대출이다. 대다수가 저축을 하기는 커녕 빚더미에 올라앉는 이유다. 청년들의 삶은 빚으로 시작해 빚으로 끝맺는다.

2014년 전국 4년제 일반대 174곳의 1인당 연간 평균등록금은 666만7000원.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치면 1195시간, 하루 8시간씩 150일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젊은이들은 연애와 결혼 및 출산,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라는 인생의 찬란한 순간들을 하나둘씩 포기해 버리고 만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봐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오포세대 제조과정'이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게 최고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불황이 낳은 '달관(達觀)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고 한다. 달관 세대는 사토리(さとり世代) 세대라고도 하며, 1980년대 중후반~90년대에 태어난 10대 후반~20대 중반 일본 젊은이 중 미래는 절망적이지만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사토리는 우리말로 '득도·달관·초월'쯤에 해당되는 말로 안분지족하는 법을 깨달은 세대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욕망 없는 세대인 이들은 비록 경기 침체로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저가 옷을 입고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행복을 느낀다.

그들은 양극화, 취업 전쟁, 주택난 등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절망적 미래에 대한 헛된 욕망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 1990년 이후 20여년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런 젊은이들이 이젠 걱정스런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한국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으면서 우리에게도 분노와 좌절의 심리를 현실 안주로 치환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규직으로 입사해 뼈 빠지게 일해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업과 빚에 눌려 시름하며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20대, 30대 오포세대들도 이젠 이 악물고 살았으면 한다. 그대들의 청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인생은 다음 장을 알 수 없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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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9 [17:5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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