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회가 의회 기(旗), 의원 인식표(배지), 본회의장과 의회건물 외벽 등에 설치된 상징물에 한글을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의원배지 가운데 새겨져 있던 ‘義(의)’를 ‘의회’로 바꾸기로 한 것이 그 예다. 중구 동동(병영)에 한글학지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이 있다. 선생이 태어난 곳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중구의회가 한글 전용에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글 전용이 중구의회 차원에서 끝나선 안 된다. 지역 공직자뿐만 아니라 시민, 언론기관, 단체가 모두 이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세계적인 한글학자를 배출한 도시가 그 동안 우리글을 어떻게 바라 봤는가. 일정 기간이 되면 ‘한글 사랑’ 운운하다가 곧 잊어버렸든 게 그간의 상황이다. 한마디로 ‘입에 발린 사랑’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뿐인가. 도시 간판에는 외래어가 도배돼 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게 ‘간판’이라고 한다. 모조리 외래어로 표기돼 있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공문서 곳곳에도 외래어 투성이다. ‘연구개발’을 ’R&D’로 표기하는 게 다반사다. 태화강 산책로에 가면 ‘에코 폴리스 울산’이라고 돼 있다. 한글로 바꿔 쓸 수 있음에도 버젓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문장을 인용하거나 강의를 할 때 일부러 외래어를 들먹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게 전국적인 현상이었음과 동시에 ‘한글 도시’에도 있었던 일이다.
도시 발전을 위해 온갖 대안을 강구하면서도 정작 정체성을 갖지 못했던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게 뭔가. 반구대 암각화와 유사한 유적들은 중앙아시아 지역에도 있다. 고래 문화는 오래전부터 북유럽에서 더 성행했다. 하지만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또 그 우수성 때문에 적도지방의 이름 모를 부족들이 사용할 정도다. 보석을 꿰 차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제대로 된 한글전용 운동이 우리지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특히 중구가 앞장서야 한다. 그러려면 이런 운동을 끌고 갈 단체와 연구기관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구부터 길거리 간판이 모두 한글로 전용돼 자체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중구의회가 시작한 이번 한글 전용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이런 움직임에 지자체들과 모든 시민들이 동참할 것을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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