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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속의 배려
 
이미화 한국다문화희망협회 울산지부장   기사입력  2015/06/24 [18:04]
결혼이주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다문화카페를 운영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해있는 다문화편견을 엿보게 되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외국인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어서 응원을 하는 부류가 있는가하면 호기심과 의심, 염려의 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채용한 직원들의 국적이나 체류기간 등을 물어 본 뒤 “대단하다”는 호평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서 “왜 저런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을 고용하느냐”면서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필자에겐 연이어 그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떤 중년의 여자 손님이 아주 빠른 어투로 다문화 출신 직원들에게 주문을 하다가 ‘옥신각신’이 벌어졌다. 나는 그 여자 손님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해 지켜보고 있었다. 손님이 커피를 주문함과 동시에 어떤 빵이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지 물었지만 이쪽에서  재빨리 대답을 못하자 화를 내더니 또 다른 메뉴를 연거푸 재 주문하고 있었다. 당황해하는 직원을 앞에 두고 “말도 못 알아듣는 이런 사람들을 왜 매장에 두는지”라며 혼잣말로 크게 떠들고 있었다. 필자가 얼른 나서서 사태를 수습했지만 손님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그 손님이 다음 날 다시 우리 매장을 아침 일찍 찾아오셨는데 어제 먹은 빵이 너무 맛있어서 왔다면서 나에게 충고를 하셨다. “어디서 그런 말도 안통하고 말을 빨리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고용하시느냐”라고 했다.

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손님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사고를 겪은 후라 심신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러니 매사가 불안하고 힘들 수 밖에 없었다. 며칠 전에는 또 다른 손님이 여러 명의 일행을 데리고 와 자신이 며칠 전 먹었던 커피가 참 맛있었다면서 그걸로 여러 잔을 주문했다.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직원에게 약간 짜증을 내면서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으로 “에소프레폰가?”하는 손님의 말에 “혹시 에스프레소인가요? 아니면 아메리카노인가요?”라고 묻자 그녀는 마구 화를 내면서 “아 거기는 말이 안 통하네. 그럼 저 사람은? 아니 저기도 외국 사람이잖아. 하 참, 아 거기 한국사람! 총각은 알아듣겠네.”라고 했다. 마침 친척 대학생이 잠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그 학생보고 주문을 하면서 외국인 직원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베트남, 우즈벡, 일본이 고향인 직원들은 “정확하게 확인을 하지 않으면 더 화를 내기에 우리는 확실하게 물어보는 건데.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건 오히려 손님이면서”라고 기분상해 했다. 필자는 손님들의 다양한 경우를 이해하라고 설득하면서도 기분이 씁쓸했다.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데 비교되는 점이 있다면 어느 카페를 가더라도 아니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일본은 그렇게 친절할 수 가 없다. 귀를 가까이 대면서까지 기꺼이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는 자세에 매번 감탄을 하곤 했다. 거기서는 나도 외국인이기에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텐데 밝고 웃는 얼굴로 소곤소곤 응대 해주는 모습에 항상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면 전문적으로 일을 하러 나온 우리 직원들도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응대하려는 모습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황당한 발언에 굳은 얼굴과 경직된 태도로 응대를 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어렵게 만든다. 이건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주여성들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낮추어보는 듯한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서로의 문화가 다르고 소통방법이나 표현이 다르겠지만 진심은 통한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이해하라기보다 상대가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듣고자 한다면 다소 표현이 서툴거나 돌아오는 대답이 거칠어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바쁘게 결론을 내리고 판단이 앞서 매사에 오해를 쌓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십수년 살아도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처럼 되긴 어렵다. 그들도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푸념만 할 수도 없다. 이제는 서로가 함께 도와주고 끌어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이다.

요즘 우리 사회 안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의 다문화가 존재한다. 이것은 국적이나 출신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문화권에서 태어난 사람끼리도 다문화가 존재해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기 일쑤다. 인간의 존엄성을 거론한다면 너무 무거운 주제일까?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진대 너무 이유를 따지거나 이해득실에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소소한 감정을 나누고 재미있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진정 인간 존엄성을 더 높이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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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24 [18:0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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