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모근 시인

개울물소리 요란한 배내골에서
자벌레 한 마리 몹시 바쁩니다.
몸을 움츠려 오메가 형상을 만든 뒤
쭉 펴면, 자벌레의 키 그것이 되는데
접었다 폈다를 몇 번
연속으로 하다가 허리인지 머리인지
힘을 주어 곧게 서서 흔들흔들
주변을 살피고 장애물이 있는지
돌아보기도 하면서 길을 정합니다.
대부분 직진을 결정하는데
때론 조금씩 갈 길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게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되면
나무에 올라 나뭇잎 끝까지 가서
몸에서 뽑은 가느다란 줄에
몸을 맡기고 공중그네를 탑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면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타기가 쉽습니다.
그러다가 날아가는 새들에게
먹이가 되어주는 알파가 됩니다.
 
시작노트
몸을 움츠렸다가 쭉 뻗으면서 길을 가는 자벌레가 있습니다. 오메가를 만드는 데는 선수인 자벌레가 길을 가다가 잠시 다른 길을 들여다보고 길에서 나무를 타고 힘겹게 올라갑니다. 거기서 가느다란 줄을 타고 공중그네를 타는데 건너편 나무로 옮겨가기를 하거나 새들의 먹이가 되는데 그게 어찌보면 마치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그것과 몹시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메가에서 알파가 되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