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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협상결렬과 오포세대
 
신영조 울산 자유총연맹 북구지부 사무국장   기사입력  2015/06/30 [17:45]
▲신영조 울산 자유총연맹 북구지부 사무국장
아쉽게도 2016년 최저임금 협상이 또 결렬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9일 제7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으나,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사용자위원 9명이 참석하지 않아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6차 전원회의에서도 '최저임금 시급·월급 병기안'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근로자·공익위원들의 주장에 맞서 전원 퇴장한 바 있다. 이들은 노동계가 월급 병기안을 계속 주장하는 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 자체를 거부키로 했다.

2014년 전국 4년제 일반대 174곳의 1인당 연간 평균등록금은 666만7천원이다. 어떤 젊은이가 2015년에 책정된 시간당 최저임금 5천 58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치면 1천 195시간, 하루 8시간씩 150일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결정되고 고시된다. 이런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6220원(월 209시간 기준)이 된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고까지 표현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쉽사리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만 15세부터 29세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는 39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나 졸업유예자 등 '실질적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청년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9.2%의 두 배를 넘는 21.8%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구직자는 끝을 모르고 불어나지만, 일자리 수는 결코 그 증가세에 맞춰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들쑥날쑥하기 짝이 없는 임금 격차는 청년들로 하여금 더욱 양질의 일자리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가 다른 모든 것들을 밀어내고 가장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아버린 지 오래다. 그러니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대기업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가 돼 버렸다. 또 대기업 취업 재수생과 공무원 시험 지망자가 해마다 불어나는 상황이다. 지난번 서울시 공무원 채용 시험 때 메르스가 절저에 달했지만 수십대 일의 경쟁력을 보였다.

그렇게 설령 바늘구멍을 뚫고 운 좋게 취업을 한다 해도, 가장 먼저 환영해주는 것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대출이다. 월급을 받아 대출 학자금 갚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한 달 살기도 빠듯한 게 요즘 젊은이들의 형편이다.  대다수가 저축을 하기는커녕 빚더미에 올라앉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청년들의 삶은 빚으로 시작해 빚으로 끝난다. 올라가야 할 임금은 쥐꼬리만큼이라도 도무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생활물가는 이런 저런 사소한 요인에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젊은이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라는 인생의 찬란한 순간들을 그러면서 하나둘씩 포기해 버리고 만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봐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오포세대'를 빚어내는 구조와 의식은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눈이 높은 젊은이들의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 일각에서는 차라리 다 포기해 버리고 지금 상황에 감사하고 즐기고나 살라며 젊은이들에게 '달관세대'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분명 바둑판 위에서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던 '미생'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는데, 현실은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한 바둑돌들이 부지기수다.

젊음이란 어디에서 그 무엇을 하더라도, 혹은 하지 않더라도 반짝반짝 빛나는 시기다. 그러나 오늘 '오포세대'의 젊음에서는 도통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해내겠다는, 그 어느 것도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자꾸만 현실의 한계에 부닥치고 만다.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할까, 저 다섯 가지가 지금을 살아나가는 젊은이들에게는 그렇게 과분한 것들일까, 자꾸만 의문이 든다.

자신은 이미 다섯 가지를 포기해 버리고도 모자라 저축과 희망, 꿈까지 차례로 포기하는 '육·칠·팔포세대'라고 자조하는 이들까지 있음에도 '오포세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기성세대는 여전히 많지 않은 것 같다. 그간 '청년'이 들어간 정부의 정책이나 사업은 부지기수였지만 피부로 와 닿을 만한 개선효과는 거의 없었다. 속이 썩어가는 것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거시적이고 가시적인 지표의 개선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나오는 통계 수치는 청년 실업률이 줄고 고용률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해마다 ‘오포세대’는 늘어만 간다. 대기업들이 청년들을 채용하는 정도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들을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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