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의 힐링愛 성찰愛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14회>고향을 향한 발걸음
 
하송 수필가   기사입력  2015/07/14 [17:35]
멀리 타국에 거처하는 둘째 남동생이 잠시 다니러 왔다. 동생은 유순한 성격으로 도청에 근무하면서 모범적인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공부를 하겠다며 부모 형제의 만류를 뿌리치고 멀리 떠났다. 타국에서 힘들게 지낼 동생가족들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동생이 박사학위와 함께 대학교 부총장 명함을 가지고 잠시 다니러 온 것이다.

  부모님 모시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환영회를 했다. 그리고 토요일에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니 일요일에 동생을 데리고 고향 산소를 방문한다고 하셨다. 태풍 영향으로 비와 바람이 거센 날씨여서 남편이 자진하여 운전해서 고향을 가게 되었다.

  먼저 근교에 모신 조부모님 산소를 찾아뵙고, 멀리 고향에 있는 증조부모님 산소로 향했다. 길은 한산했다. 비바람 속에 사람들 자취는 찾기 힘들고 끊어진 나뭇가지만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동네 어귀에 들어서는데 가슴이 먹먹해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간 이후로 몇 번 방문하긴 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정확하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려서 뛰어놀던 동네 어귀는 반듯한 회관이 자리잡고, 회관 앞에는 각종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향집은 사라지고, 여린 참깨가 비바람 속에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른들이 회관에 모여 계셨다.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르신들께, 통닭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간식과 함께 내가 집필한 책을 선물로 드렸다.

  아버지께서 동준아재라고 부르는 분은 93세인데 예전 모습 그대로여서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듯했다. 허리만 조금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정정한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동네 꼭대기집에 살면서 우리 집 앞의 우물에서 무거운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어 나르던 대산댁 아주머니는 올해 82세라고 하셨다. 많이 통통하셨던 살이 쏙 빠져서 어떻게 다이어트했냐고 여쭤보니 늙어서 빠진거라고 하면서 기억력을 놀라워하셨다.

  어린시절 추억 속에 자리한 어른들을 뵈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고 감동이 밀려왔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만 안 계셨다. 대산댁 아주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고약해서 느네 엄마가 시집살이를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모른다고….

  그런데 나한테는 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할머니셨다. 어려서 뛰어놀던 마당과 집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리운 할머니 생각으로 눈가가 젖어오는데도, 돌아오는 발걸음이 참으로 따뜻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5/07/14 [17:35]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