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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흰 이슬
 
하송 수필가   기사입력  2015/09/08 [17:29]
 쪽빛 하늘이 올라갑니다. 뒤뜰 빨랫줄에서 감물을 머금은 인견이 신나게 몸을 흔들며 댄스를 합니다. 흰 솜사탕 구름이 몰려다닙니다.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며 ‘스쿨팜’의 고추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그 옆에선 매끈하고 늘씬한 박이 주렁주렁 커가며 제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나무와 밤나무가 나란히 서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빨간 연지곤지로 곱게 단장한 장미꽃은 담장에 매달려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습니다. 운동장에서는 그네를 타는 저학년과 축구를 하는 고학년 어린이들 소리로 떠들썩합니다.

  이 장면은 고종시 곶감으로 유명한 산간벽지에 위치한 우리 학교 모습입니다. 작년 봄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하나 되어 감잎차를 만들어 아침마다 다도 시간을 갖고, 가을에는 힘을 합쳐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봄에 감잎차를 만들고 가을에 천을 떠서 감물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감물염색을 한 인견은 천이 더욱 질겨지면서, 햇볕을 받을수록 색이 점점 짙어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염색이 모두 끝나면  ‘가을바람예술제’ 행사에 단체복으로 입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볼 예정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보러 쉬는 시간에 잠시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백로를 맞이하여 상큼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옵니다. 백로는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으며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로, ‘흰 이슬’이라는 뜻입니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경상남도의 섬 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보이는 대아저수지가 하얗게 땅을 보이고 있어서 농부들의 마음이 까맣게 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한편 백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근친(覲親)을 가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시집오면 마음대로 친정에 가질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집살이로 힘들게 지내던 며느리들이 고향을 찾아 부모님을 뵈러 갈 수 있으니, 백로는 행복을 선물한 절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흰 이슬방울 속에 풍성한 가을을 가득 담아서 찾아오니, 무더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역시, 고맙고 행복한 절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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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9/08 [17:2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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