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이하여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았더니 10가지가 넘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첫째가 책읽기였습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구입하여 쌓아놓았습니다. 적잖이 쌓여진 책을 보면서 배가 부릅니다.

  1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는 평생학습관에 등록을 하러 갔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여행스케치’를 재등록하러 갔는데, 또 새롭게 배우고 싶은 강좌가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2개 강좌를 추가해서 3개 강좌를 등록하고야 말았습니다. 바빠서 동동거리며 지내다가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지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또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여행스케치’라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찌든 일상에서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스케치까지 한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런데 주요 구성원이 직장인들이어서, 오후 7시부터 수업을 하느라 전등불 아래에서 사진을 보면서 스케치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토요일에 야외 스케치를 나갔습니다. 하얀 눈 속에 덮인 시골 풍경은 적막함 속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스케치북과 4B 연필을 들고 찾아온 외부인 들을 향해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에 시골의 아침이 열렸습니다. 우리는 선생님께 구도 잡는 법을 배우며 카메라에 설원 풍경을 담고 나서, 직접 풍경을 보며 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코끝이 시려오고 손이 얼어서 연필을 놀리는 손길이 둔했지만, 마치 그림을 전공하는 미술학도나 전문적인 화가가 된 듯이 기분이 으쓱해졌습니다. 미완성된 스케치는 강의 시간에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완성을 해서 ‘평생학습 전시회’에 전시를 하고 우편엽서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에 피곤한 몸인데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겁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힐링의 시간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번에 추가 등록한 강좌 두 가지는 악기 배우는 강좌와 건강관련 신체활동 강좌입니다.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기대로 가슴이 설렙니다.
 
  벌써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으로 붉은 원숭이 해라고 떠들썩합니다. 마음의 준비는커녕 아직 달력도 준비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새해는 벌써 현관 앞에 와서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지만 연말에는 더욱 절감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20대엔 시속 20킬로미터, 70대엔 70킬로미터란 말도 있는데 근거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에는 흥미로운 기억으로 가득한 반면, 나이를 먹을수록 똑 같은 일상이 반복되기 됩니다. 또 대부분의 시간을 내 자신이 아니라, 가족이나 회사 등 남을 위해 쓰는 것도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또한 생물학적 요인도 있습니다. 도파민은 뇌의 쾌락 호르몬입니다. 그런데 도파민 분비량이 10년마다 최대 10%씩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빠른 시간을 늦추는 방법으로는 이미 흘러간 시간에 만족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될수록 남은 시간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오늘도 주위에서 구박을 많이 받습니다. 하던 일이나 잘하라구요! 그런데 틀린 말이 아니기에 반박을 하지 못합니다.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새로운 자극을 찾으면서 경험을 쌓는 덕분에 세월의 빠른 속도를 조금은 늦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15년의 끝자락에서 새 책장을 넘기며 새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