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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그 꽃
 
하송 수필가   기사입력  2016/02/23 [15:09]
오랜만에 등산길에 올랐습니다.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에 꼼짝을 못하고 뱀, 개구리도 아닌데 거의 동면상태가 됩니다. 그러다 날씨가 조금 풀리자 운동과 함께 기분전환을 하고자 큰마음을 먹고 길을 나선 것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현란한 색의 옷을 입고 반갑게 맞이하던 산이 통째로 추위에 얼어 있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잘 몰랐는데 내려 올 때 보니, 가녀린 가지의 나무들까지 온몸을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나로선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기모장갑 속의 따뜻한 손을 꺼내서 가녀린 가지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산에 올라갈 때는 제대로 꽃과 나무를 보기 어렵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로지 정상에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앞 사람의 뒤꿈치 밖에 기억에 남질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상에 도착해서 으쓱한 기분으로 한 숨 돌리고 내려 올 때는 한결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발 아래의 경치와 주위의 나무와 꽃을 보면서 여유있게 내려옵니다. 그러다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예쁜 꽃이 있었구나!’ 하구요.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앞만 보고 스쳐지나갔을 때 ‘나무와 꽃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미안해집니다. 올라갈 때 못 보았던 꽃이, 목표를 다 이루고 난 후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내려오니 그 때서야 보이는 것입니다. 내려올 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를 때 일찍 만났다면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하면서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5.5%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주말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가 드디어 종영을 했습니다. 7개월 동안 끈끈한 가족애를 그렸던 드라마입니다. 마지막에서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엄마를 추억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부담 없이 웃으며 시청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엄마가 암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많이도 눈물을 쏟았습니다. 엄마는 가족들에게 병을 숨긴 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외로이 죽음 앞에 한 걸음씩 다가갔습니다. 엄마의 고통과 외로움을 모르는 가족들은 엄마한테 많은 상처를 안겼습니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연속극에서 주인공이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렇지만 이번엔 시청률이 높고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함께 시청하는 주말연속극이라서 불만이 폭주했습니다. 이전 주말연속극에서는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한참을 시청자들을 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엄마를 돌아가시게 했다며 인터넷에 불만의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의학이 많이 발달하고 기적이라는 것도 있는데 꼭 엄마, 아빠를 돌아가시게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가 받으셔서 “주말연속극 보고 많이 울었지?” 하십니다. 얼마나 우셨는지 엄마 목소리도 축축하게 젖어있었습니다.

  오늘도 정신없이 산을 오르느라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나 뒤돌아봐야 하겠습니다.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더욱 소중하고 뜻 깊은 것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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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23 [15:0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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