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단점을 많이 보면서 지냅니다.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에 모두 단점이 있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해서,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 중에서 중점적으로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서 인생을 살아가는 질(質)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예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한 여성이 부부 세미나에서 강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요새 부부들은 대화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집에 돌아가서 남편과 장단점을 나눠보세요.”라고요.

  그녀는 집에 와서 남편에게 서로 부족한 점을 하나씩 말해 보자고 했습니다. 남편은 주저했지만 아내의 다그침에 마지못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곧 아내 입에서 남편의 단점이 쏜살같이 나왔습니다.

  “당신은 먹을 때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고 먹는데 주위 사람도 생각해서 앞으로는 교양있게 드세요.”

  이제 남편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손을 턱에 대고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한참 생각하는데 남편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참 있다가 남편이 말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생각나지 않는데….”

  남편도 아내의 잘 못을 지적하려면 셀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백화점가서 바가지 쓰고 온 것, 가스 불 켜놓고 깜빡해서 음식 태운 것, 식당에 핸드폰 놓고 온 것, 자동차 사고 낸 것 등 지적 할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지적하지 않고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 모습입니까!

  며칠 전에 지인들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사를 통한 페키지(package) 여행이었는데 젊은 아빠가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와서 우리 일행과 합류했습니다. 부인은 어린 아들을 돌보느라 여행에 동참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딸하고 단 둘이 온 것도 특이한데, 말쑥한 외모와 다정하게 딸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한국에서 준비해간 반찬하고 간식을 함께 나눠먹고 사진을 찍어주면서 부녀를 챙겼습니다.

  그러던 둘째 날이 되었습니다. 배를 타고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승선(乘船) 시간이 많이 남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친절한 가이드 덕분에 여행이 더욱 즐겁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우리 일행에게 젊은 아빠가 다가오더니, 잘 못 알고 있다면서 가이드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와서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하냐고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이번이 최악의 여행이라면서 사소한 것까지 불만을 줄줄이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과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험담의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그동안 자유여행만 했었다고 하기에, 패키지여행의 특성에 대하여 설명을 했지만 막무가내로 불만의 단어만 쏟아냈습니다.

  긍정마인드로 즐겁고 유쾌하게 여행을 즐기던 우리 일행은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잘 웃지 않고 말이 없어서 점잖게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여행이 못마땅해서였던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우리 일행은 즐겁게 웃다가 그 아빠하고 눈이 마주치면 멈칫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 젊은 아빠 곁에서 멀리 있고 싶어졌습니다. 부정적인 단 한 사람으로 인하여 즐거움이 반감된 아쉬운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