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람이 답이다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기사입력  2016/04/26 [17:45]
▲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해온 조선 해양산업이 국제유가하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일찍이 IMF 외환위기 때도 비교적 차분하게 탈출할 수 있었던 산업수도 울산이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20여 년 전 울산의 산업시계와 비슷한 시련을 경험하며 도시재생에 성공한 스페인의 한 북부 항구도시에서 해답을 구할 수는 없을까?
 
19세기의 산업혁명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한 도시에 큰 영광을 가져다준다. 바로 산티아고 가는 길로 유명한 스페인 빌바오 도시 이야기다. 이 도시는 울산과 너무도 닮아있다.


빌바오 인근에는 질 좋은 철광 광산이 발견되어 일찍이 철강과 조선 산업이 발달하여 산업 중심도시로 각광을 받았다. 울산은 달천 철장이 있었고, 21세기 세계최고의 조선 산업의 중심 도시인 이곳과 비슷한 환경임을 짐작케 한다. 무엇보다 빌바오는 20세기 초반까지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울산은 지난해 근로소득계층별 8천만원부터 2억원 소득계층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네르비온(Nervion)강과 태화강은 두 도시를 휘감듯 조용히 흘러내리는 풍광은 바스크 민족의 중세 역사를 제외하곤 데칼코마니(decalcomanie)처럼 너무나 꼭같다.
빌바오의 운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철강 산업이 쇠퇴하게 되면서 강을 둘러싼 산업항구와 공장들은 공해 산업이라 고철덩이 취급을 받기에 이른다. 이러한 환경에 더하여 바스크 분리주의자의 테러 활동까지 겹치면서 순식간에 스페인의 골칫덩이가 되고 만다. 사람이 떠나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고철덩어리만 남겨진 도시는 생명력을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1990년대 초 시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불 꺼진 도시를 살려내고 차갑게 식어버린 인간성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혜를 모으기 시작한다. 누구든 생각해 낼 수 있는 항구와 산업시설 대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자고 나서게 된다. 그리고 엄선된 설계와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시민들의 의지로 기적 같은 일을 일구어낸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걸작 ‘구겐하임미술관 분관’(Guggenheim Museum Bilbao)을 유치하는 한편 빌바오의 강변과 도시 전체를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로 지금의 도시를 재생산 해낸 것이다.


그 당시 20세기 전후의 도시건축계는 '빌바오 효과'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다. 시커먼 공해 도시 빌바오가 미술계 최고의 브랜드인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한 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의 건축 전문가들에 의해 최근 30년간 세워진 것 중 가장 중요한 건축물(World Architecture Survey)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유수의 잡지 표지에 이 건물이 모델로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티타늄으로 만든 미술관 건물은 거대한 철 구조물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듯한, 오직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미술관 앞에는 설치 조각가 ‘제프 쿤스’가 만든 12.4미터 높이의 커다란 토피어리 꽃 강아지(Puppy)가 사랑을 받고 있다. 구겐하임 개관을 기념한 한정 전시작품이었는데 관람객들의 끊임없는 사랑으로 영구 전시물이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빌바오를 새롭게 만드는 온갖 프로젝트들은 도심을 가르는 ‘네르비온 강’을 따라 ‘유스칼두나 콘서트 홀’, 바스크어로 '하얀 다리'라는 뜻을 지닌 ‘주비주리(Zubizuri)다리’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빼곡히 들어선 매력적인 최고의 문화 콘텐츠들이 빌바오의 기적이 단지 구겐하임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일찍이 울산은 불황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대부분 노동 집약 산업으로 경기불황이 닥쳐오면, 사업특성상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 되어온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철을 다루는 투박한 일들로 보여지지만 첨단 기술 인력과 숙련된 기능 인력의 비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있다. 그리고 최고의 활황기와 최악의 침체기를 동시에 대비해야하는 현실적 문제들을 잘 대비할 수 있어야 그동안의 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다원화되어 가는 사회 구조상 단번에 명쾌한 문제해결이 쉽지 않지만, ‘스페인의 빌바오나 대한민국의 울산’ 문제해결의 한 가지 공통된 열쇠는 ‘사람이 답이다’고 확신한다. 일찍이 기능공과 예술가를 우대하는 나라는 모두 선진국이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기능인을 우대하기 시작한 역사는 얕다.

노동자들이 반짝 영화를 누리고 정리되어야 하는 분위기는 모두가 반성해 볼 문제들이다. ‘정리’는 못쓸 물건처럼 버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비감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빌바오가 성공적인 도시 재생으로 재기했듯이 울산도 제 2의 기적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영혼이 담긴 미소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6/04/26 [17:45]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