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떠나가고 없다. 동그란 살음의 징표를 남겨두고서, 정원의 잎 진 나뭇가지 사이에 겨울바람을 맨 살로 맞는 빈 새집이 추워 보인다. 몇의 식구들이 살다 장엄한 성장을 하여 살얼음 같은 이 세상을 향해 어디로 언제 떠났는지 빈집은 햇볕을 쬐고 있다. 잎들에 가림을 하고 큰 소리도 내지 못했던 그네들의 심정을 하나 이상의 아이들이 있다고 거절당했던 셋방살이 기억이 읽고 있다. 시작노트) 잎 진 사무실정원의 감나무가지 사이에 빈 새집을 보았다. 사람들이 드나들던 길목이었는데 그들은 숨을 죽이고 한 세대의 번식을 무사히 마친 것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표어를 곳곳에 걸고 산아제안을 위한 피임기구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실적을 일일 보고했던 내 공무원 시절이 있었는데, 40여년이 지나지 못한 지금에는 급속한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출산 장려운동을 하고 있다. 그 때에도 전세가와 집값이 비슷했고 저소득층의 주거 난은 현실과 같이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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