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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와 범죄
 
신영조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07/04 [16:13]
▲ 신영조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유럽의 풍운아 나폴레옹이 험준한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를 정복하러 갈 때 "저 산 너머는 맛있는 고기와 새로 구운 빵이 넘치는 곳이다" 라며 병사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그 만큼 '밥벌이'가 인간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고 숙명이기도 한 행위가 틀림없어 보인다.

食以爲天(밥은 하늘이다)! 이는 사마천이 쓴 중국의 역사서 '사기' 에 나오는 말로서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의미다. 지금이야 눈부신 농업기술의 발전과 생산력의 증가로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지만,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서민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공포 가운데 하나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인사가 "식사 하셨습니까?" 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다.
가족 구성원을 의미하는 식구(食口)나 식솔(食率)에도 어김없이 밥 '식'자가 등장함이 이를 방증(傍證)한다. 이는 한 집안에서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 즉, 밥을 먹는 입이 몇 개인지를 의미한다.

숭고하고 비루한 밥벌이는 극소수의 금수저 계층을 빼고는 누가 뭐래도 인간이 땀 흘려 일하는 가장 큰 목표다. 그러한 이유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인 취업이 젊은이들의 지상최대목표란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밥벌이가 그렇듯, 동이 트는 새벽부터 별이 뜨는 밤까지 부지런히 몸뚱이를 놀리다보면 함박눈이 내리는 것 같은데 언제 비가 되어 쏟아지는지, 언제 매화가 피고 지고, 매실과 밤송이가 여물고 단풍이 물드는지 도무지 알 턱이 없다. 뒤는 물론이고 옆 눈질 한번 못하고 앞만 보고 뛰어다녀야만 해결이 된다.

또 식탁 너머 이웃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로 사람들이 분노하고 외치고 또 무엇을 갈구하는지 알 바가 아니다. 그러니 사랑, 평화, 정의, 영원과 같은 형이상학적 단어들은 그야말로 뜬구름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밥을 벌기 위해 인간은 고상하고 가치 있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죽어도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 좀 쉬고 싶어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극단적으로는 남에게 큰 해악을 끼치는 일까지 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전쟁 통에 글도 배우지 못한 칠순을 훌쩍 넘긴 노인이 시장에서 칼을 갈아주면서 생계를 이어갔는데, 수입은 하루 5만원 남짓, 그 돈으로 90대 노모까지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6년 전부터 60대 할머니가 칼을 가는 경쟁자로 나타나면서 노인의 수입은 줄어들었고, 홧김에 노인은 술을 마시고 경쟁자 할머니에게 칼을 휘둘렀다.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지만 이 노인의 딱한 사정을 아는 주변 사람들의 탄원으로 간신히 실형을 면했다고 한다.

배가 고파 도둑질이나 강도짓을 하는 이른바 '생계형 범죄'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의 통계를 보면, 2014년에 전체 범죄건수는 178만 건 정도로 2013년보다 4% 정도 줄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절도는 16.3%에서 24.6%로 크게 늘었다. 범죄로 인한 재산 피해액이 10만원 미만인 경우도 19.6%에서 20.8%로 늘었다. 배가 고파서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늘어났음을 추론해볼 수 있는 통계이다. 좀도둑질을 하는 청소년이나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취약계층의 밥벌이는 더욱 절박하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에서처럼 빵 한조각, 아이 분유 한통, 양말 한켤레, 감자 한봉지를 훔치다 걸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기사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밥벌이가 소중하다 해도 가끔은 머릿속에서 밥 생각을 싹 지우고 밥 아닌 다른 것을 채워 넣는 노력이 필요하다. 퇴근길이어도 좋고, 모처럼 쉬는 주말이어도 좋다. 억지로라도 정처없이 푸른 숲을 거닐며 역시 밥벌이를 위해 휴일도 없이 부지런히 일해야 하는 풀과 나무들, 그리고 꽃들과 대화도 해보고, 밤하늘의 별과 구름과 붉은 노을도 물끄러미 바라봐야겠다. 비록 밥벌이의 비루함에서 영원히 벗어나지는 못하는 우리들이지만, 가끔은 '밥 먹는 짐승'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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