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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쉼표를 찾아서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6/07/12 [14:54]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온 것일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상태에서 오직 탈출하고픈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연휴에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장소를 찾다가 섬으로 결정했습니다. 일상에서 철저하게 격리되는 장소로는 섬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장소를 정하자 교통편을 알아보는 일이 급선무였습니다. 컴퓨터로 검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만 가는 선박은 예약이 되는데 차를 싣고 가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가져가기로 했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사람만 예약을 하고 새벽에 출발하였습니다. 축제기간은 지나고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다행히 밀리지를 않았습니다. 선착장에 일찍 도착을 한 덕분에 빨리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출발하느라 잠을 설친 탓에 비몽사몽인 나와는 달리, 배에 탄 사람들은 여유있게 보였습니다.

날씨가 흐리더니 섬에 도착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가지고 일단 섬을 한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금방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비가 점점 거세지더니 바람까지 강하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차 밖으로 나가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어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켰습니다. 비 내리는 바다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를 잤을까! 차를 세게 노크하는 빗소리에 잠이 깨서 창밖을 보니 관광버스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행렬이 마치 피난민 같았습니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들었지만 비바람 속에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비옷과 우산이 뒤집어져서 온 몸에서 빗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습니다.

‘추워서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 바라보는데, 생소한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민박집인데 손님이 안 오기에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먼 섬에까지 와서 사방이 막힌 건물 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의 주차장이 좋았습니다.

저녁 먹기에는 아직 시간이 일러서 주위를 둘러보니 창 넓은 커피숍이 보였습니다. 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향긋한 허브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튿날은 다행히 날씨가 쾌청했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매년 4월 한 달동안 ‘느림은 행복이다’라는 주제로 축제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축제 기간에는 인산인해로 밀려드는 관광객 속에서 느림을 만끽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제도 끝나고 휴가철도 아닌 지금, 슬로시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온 것입니다.

서편제 촬영지 길을 지나서 계속 걸었습니다. 관광객의 숫자가 적어지더니 어느 순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오직 하늘과 바다와 나무만 자리했습니다. 얼마를 걸었을까. ‘청산도는 쉼표다’ 라는 푯말이 나타났습니다. 그 푯말을 보는 순간 ‘그래 나는 쉼표가 필요했어.’ 여행지를 제대로 선택해서 달려온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다급하게 해야 할 업무도 없습니다. 그냥 걸으면 됩니다. 바쁜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간 안에 가야할 곳도 없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걷기 좋은 길이 나오면 차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물병 하나만 들고 걷습니다. 그러다 정자가 나오면 잠시 쉬면서 숨을 고릅니다. 어디를 가던지 툭 트인 바다가 반깁니다.

2박3일을 여유있게 보내고 밤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출근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지는 일요일 밤 증후군 대신에 일상에 대한 감사함이 다가왔습니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온 듯합니다.

며칠 전입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문인단체 모임에서 저녁 회식을 했습니다. 2차로  커피숍에 도착하자 어느 문인께서 커피숍 이름이 멋지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근에 커다란 대형 커피숍이 즐비한데 굳이 이 커피숍을 자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크게 의식하지 못한 채 ‘쉼표’라는 이름 때문에 자주 찾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쉼표’가 필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이때 적절하게 본인 스스로에게 ‘쉼표’를 선물하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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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12 [14:5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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