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전국각지에서 제일 좋은 물건으로만 진상을 받던 옛날 임금님보다 더욱 큰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폭염으로 무더운 요즘, 예전의 임금님은 시녀가 부쳐주는 부채바람이 고작이었지만 우린 당연하게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질적인 면에서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완전한 만족감을 느끼며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프로이드가 성격발달 5단계로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를 들고 있습니다. 그 중 어느 시기에 결핍이 일어날 경우에 개인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강기에 결핍이 있을 경우에 성인이 되어서 알콜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항문기에 결핍이 있을 경우에 강박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장기의 중요한 시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따뜻하게 품어주는 보호자가 없을 때, 결핍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가난한지, 왜 나는 존재감이 없는지, 왜 나만 외롭고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하는지 불만 속에서 타인을 향한 공격성과 반사회성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성격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인성에 국한된 문제로 볼 수 있지만, 한 사람의 결핍이 자칫 큰 사회적인 파문과 타인의 무고한 희생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꼭 흉악범죄가 아니라 해도, 결핍이 가져온 과도한 욕망 때문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에 집착하며 극단적인 이기심을 보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결핍은 부정적인 단어로 많이 느껴지고 연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풍족과 풍요로움이 창의적인 사고를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결핍은 살아가는데 불편하고 괴롭기 때문에 탈출과 탈피를 위한 돌파구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결핍은 창의성을 불러일으킵니다.

결핍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결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결핍"의 사전적인 뜻은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입니다. 어느 누구도 결핍 속에서 머물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때론 결핍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 지독한 가난을 겪은 사람들이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고, 많은 위인들이 결핍을 뼈저리게 겪은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작곡가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 상태에서 ‘운명’을 작곡했습니다. 역사적인 과학자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증상이 있었습니다. 봉사의 삶을 산 헬렌 켈러 역시 앞을 못보고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미국의 제32대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를 앓고 휠체어를 타며 살았지만 미국 역사상 4선 대통령을 역임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시인인 윤선도는 치열한 당쟁으로 일생을 거의 벽지의 유배지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경사에 해박하고 의약 ·복서 ·음양 ·지리에도 통하였으며, 특히 시조에 뛰어나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시가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대학생 시절에 음주운전 차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전신에 55%의 3도 화상을 입고 40여번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거친 이지선씨는 미(美) UCLA(캘리포니아주립대학 LA 캠퍼스)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큰 일이 아니라, 내 작은 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의미있는 일을 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습니다.

결핍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결정해준 운명으로 받아들일 일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인드야말로 인생의 반전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과거가 있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을 하면 더 나은 환경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결핍이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선택은 오늘의 내 생각과 실천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