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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소중한 것들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6/09/06 [15:03]

 올 여름은 정말 무더웠습니다. 잔인한 여름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덥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다보니 급기야는 세뇌되는 느낌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해서 2학기가 되었지만 폭염특보로 학생들에게 야외활동을 자제시키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무더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싶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백로를 맞이했습니다. 끈질기게 미련의 끝을 붙잡고 떠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던 무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은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면서도 한편으론 기쁨도 선물해주었습니다. 무더위와 전쟁을 치르는 동안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으로 갈증을 물리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출하되고 있는 달콤한 포도 역시 뜨거운 여름의 선물입니다. 텃밭의 고추가 병충해 피해를 입지 않고 빨갛게 잘 익은 채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논에서는 벼 알갱이가 차오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간 텃밭에는 크고 작은 풀꽃이 흐드러지게 어울려 있었습니다. 세찬 장마와 뜨거운 햇살아래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기특한 마음으로 이름도 모르는 풀꽃을 바라보며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은 풀꽃만이 아닙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에게도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음에 안 들고 예쁘게 볼래야 예쁘게 볼 수가 없는 사람도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사랑스러운 부분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흔하게 산과 들을 덮고 있어서 하찮게 생각할 수 있는 풀꽃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귀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더 말할 나위 없겠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게 된 놀라운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만나면 못마땅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행동마다 별로 안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턴가 나와의 인연을 맺어가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 절절이 다가옵니다.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깨달으며 적잖이 위로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하찮게 생각했던 주위의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올 때, 이제야말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짐을 느낍니다.


처음 풀꽃 시를 접한 것은 1학년 어느 교실에서였습니다. 그 반은 유난히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남자 아이가 있는 반이었습니다. 워낙 통제가 어려운 개구쟁이라서 그 애의 정체를 전교에서 모르는 학생이 없고 모르는 선생님이 없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날마다 친구들과 다투고, 마음대로 뛰어다니면서 거의 매일 다치고, 준비물은 한 번도 챙겨온 적이 없고 수업시간에 뛰어다녀서 다른 친구들의 수업을 방해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도 담임선생님은 누구에게도 그 학생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 학급 교실 앞 칠판 한 쪽에, 시 ‘풀꽃’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투철한 신앙심 덕분에 사랑의 깊이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함께 감물염색 체험 행사를 했습니다. 천을 사와서 감물로 물들여서 손수건과 스카프를 만들었습니다. 학교가 위치해있는 마을은 곶감으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그래서 감나무가 많은 지역입니다. 그런데 가을에 좋은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 여름에 땡감을 솎아줘야 합니다. 필요 없어서 버리는 땡감을 지역주민들에게 얻어서 감물을 내서 감물염색을 한 것이지요.


몸에 좋은 천연재료의 감물염색 손수건과 스카프를 만들어서 9월1일 ‘면민의 날’ 행사에 가져가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판매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감물염색을 해서 처음으로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일에 신이 났습니다. 학부모를 비롯한 면민들은 학생과 교사들이 직접 만든 제품에 크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정성을 들여서 만든 제품을 염가에 판매하기에 순식간에 품절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그 판매대금으로 어린이들이 직접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도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주위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무더운 여름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풀꽃과 땡감까지도…. 우리는 오늘도 온통 소중한 것들로 에워싸여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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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9/06 [15:0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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