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웃음 띤 모습을 보여주던 주부 정외숙씨(49·울주군 온양읍)의 얼굴에서 요즘 미소가 사라졌다.

울산공단의 한 중소기업체에서 근무하는 남편(51)과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지만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날아드는 고지서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돈을 미리 준비했지만 예상 지출액은 정씨의 상상을 초월했다.
신학기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2월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부산의 한 사립대에 재학중인 정씨의 아들(21)은 올해 2학년에 올라간다.

등록금 인상폭을 놓고 학교와 학생회가 협상중이어서 아직 등록금 고지서가 배달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에 비해 9%가량 오를 거라는 소식에 김씨는 씁쓸한 표정이다.
아들의 지난해 2학기 등록금은 314만원. 그러나 올해는 인상분을 계산해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추가분은 3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대학운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물가 인상률을 봐가면서 등록금도 인상해야죠. 이렇게 터무니없이 올리려는 것은 대학측의 횡포 아닌가요.”

김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아들을 위해 등록금 외에 추가로 50만원도 책정해 뒀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당연히 들어가야 할 각종 교재 구입비와 옷가지 마련을 위해서다.

올해 고교에 입학하는 딸(17)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등 이미 학교에 납부한 금액만 4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울산지역 고교 수업료는 지난해보다 2.8% 인상됐다.
김씨의 가계 지출액 가운데 굵직한 것 하나는 다름 아닌 딸아이의 교복구입비.

유명 메이커의 재킷과 바지 치마 블라우스 등 한세트 구입비가 무려 20여만원. 여기에 바지와 블라우스는 여벌로 하나씩 더 구입해야 한다. 30만원이 넘게 들어가야 한다.
김씨는 수소문을 통해 딸이 다닐 학교를 올해 졸업한 선배들에게서 교복을 물려받아 입힐까 고민도 했지만 사춘기의 딸아이가 주저해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학생이 비싼옷을 입고 오면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교복으로 옷을 통일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오히려 교복이 이렇게 비싸다보면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김씨의 불만이다.

올해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박 모씨(36·주부·남구 무거동)도 막대한 교육비 지출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딸아이 전용 공부방을 새로 꾸미는데 들어간 비용 200여만원은 차치하더라도 가방, 학습도구, 옷 등을 새로 구입하는데만 30만원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수업이 끝난 뒤 다닐 태권도, 피아노, 미술, 발레 학원 등록에도 25만원이 소요됐다.
박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학교가 끝나는 오후 시간에는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불가피하게 서너개 학원에 등록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학기초 과다한 교육비 지출 문제는 초·중·고생 뿐만 아니라 대학생을 둔 부모들 모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올해 큰 딸을 대학에 보내는 최 모씨는 “학생들 스스로 돈을 벌어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300여만이 넘는 등록금은 고스란히 부모들이 떠안아야 할 짐”이라며 “학부모들의 학기초 지출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