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밥이 뭐라고 자나 깨나 밥걱정 죽어서도 밥걱정 슬하에 올망졸망 아홉 동생을 두고 차마 눈도 못 감고 숨을 거둔 누이는 어린 동생들 눈에 밟혀 끝끝내 아홉 내를 못 건너고 이승으로 돌아와 어두운 밤하늘에 납덩이같은 울음의 노둣돌을 놓는다 내 가슴팍이라도 딛고 건너 오이라는~ 아홉 동생들에게 밥 지어 맥이려니 솥 작다고 늘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치맛자락으로 눈물이나 훔치던 마음 약한 누이는 줄줄이 어린 동생들 목 놓아 부르며 앞산마루에 앉아 구슬피 운다 돌덩이 같은 근심으로 징검다리를 놓을 테니 내 피눈물로 돌다리를 놓을 테니 피가 질컥거리는 그 발자국만 딛고 조심조심 허공에 놓인 그 징검다리 따라 '얘들아 안심하고 이리 건너오이라'고 두 팔을 벌리고 소쩍~ 소쩍~
솟작새, 귀촉도. 접동새 라고도 불리우는 소쩍새 우는 산촌의 밤은 이상스레 처연한 슬픔에 젖어들곤 했었다. 밤은 요요하고 소쩍새는 자꾸만 소쩍 소쩍 솥 적다고 울어 소년은 문득 김소월의 시가 떠올라 목이 메어 왔었다. 그 울음이 마치 여러 연년생 올망졸망 거느린 동생들 끼니가 걱정되어 우는 누이의 마음으로 짠하게 전해 져 왔었다. 비로드 안감을 만지는 듯한 그 담자색 슬픔을 기나 긴 시간이 흐른 뒤, 도시의 밤하늘에 기대어 재해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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