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순식간에 일어난 태화강의 범람에 시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전국방송·신문에서 울산은 단번에 핫이슈가 돼버렸고, 영상 속의 태풍 차바가 할퀴고 지나간 수마(水魔)의 흔적은 끔찍했다. 이번 태풍과 폭우의 기습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너무 재빨랐고 예상 밖이었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택가에 몰려드는 범람하는 물들을 보며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장탄식만 쏟아낼 뿐이었다.
도심은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고 건물들이 단단해서 차라리 지난번처럼 지진을 무서워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했는데 이번에 여지없이 허를 찔리고 말았다. 필자가 취재차량을 몰고 나섰더니 가까운 거리의 태화시장과 우정시장 끼고 있는 태화교 북단 도로가 완전히 침수돼 통제되고 있었다. 비상등을 켜놓고 차에서 내려 침수된 도로변과 태화시장 샛골목을 찍었다. 영상과 사진 속 장면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물이 차올라 빠지지 않는 현장에서 상인들과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차를 돌려 우정시장 쪽으로 진입하니 이곳도 난리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다. 또 태화강 수위가 얼마나 되는지 살피러 차량을 이동하니 태화교 방면에 정체가 빚어져 혼잡했다. 범람 후 아직까지 유속 빠른 강물이 진군하는 병사처럼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고, 태화강 주변으로 시민들이 몰려나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길 건너 태화시장에 도착해보니 침수된 시장 안에 빠져나오지 못한 인명구조를 위해 119대원들이 가슴 까지 잠기는 물속을 헤치며 수색을 하고 있었다. 상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사람은 무슨 귀중품을 두고 왔는지 그 위험한 물속을 헤치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태화루 건너편에는 십리대밭교까지 물이 차올라 서서히 빠지고 있었고, 동강병원 앞 도로변도 완전히 물에 잠겨 버스에서는 승객들을 모두 내린 채 유턴하고 있었다.
대륜아파트 아주머니 한 분이 그쪽 방향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고, 그곳을 지나 태화시장과 맞물리는 농협 앞 도로에 닿으니 저지대는 모두 침수됐다. 태화시장을 낀 주변의 낮은 지대는 아직 침수된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물고기들이 팔딱이며 뛰어오르니 아이들이 잡는 신기한 장면도 연출됐고, 아저씨 한 분은 팔뚝길이의 큰 잉어를 잡아 비늘 봉지에 담아갔다.
이런 단신기사와 사진을 모 중앙 일간지에 전송했더니 인터넷판 기사에 오르기도 했다. 그날 저녁 범서로 가고 있을 때 태화강변을 끼고 차량들의 정체가 극심했다. 구 삼호교 아래 강변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량들이 폭격을 맞은 듯 뒤엉켰고, 두더지처럼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차량과 차위에 차가 포개져 있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6일 취임행사에 참석했던 반천아파트에 사는 목회자는 그 아파트에 주차한 차량이 전부 침수됐다고 전했다. 반천아파트 주차된 차량들이 물에 잠긴 모습은 조선일보 1면 톱기사로 게재됐을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다음 날 또 그 분을 만났을 때 차량들이 지게차에 실려 논바닥에 이동됐으므로 차가 어디에 있는지 찾으러 가야된다고 말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가 예고 없이 지난 주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또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약속처럼 태양이 찬연하게 지상의 사람들을 위무(慰撫)하며 대명천지를 선사한다. 어차피 지난 일, 넋을 잃고 주저앉기보다 힘내어 복구에 혼신을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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