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complex)는 원래 ‘복잡한’, ‘복합된’이란 뜻을 가진 말입니다. 그런데 정신분석학 용어로, 무의식 속에 잠겨 있는 억압된 관념을 말합니다. 어떤 강한 감정과 결부되어 매 순간에 의식적인 행동을 방해하거나 촉진하는데, 흔히 열등감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콤플렉스란 간결하게 ‘마음속의 응어리’라고도 정의합니다. ‘융’은 다중(多重)인격도 콤플렉스 작용에 의한 것으로 보며, 부분인격과 콤플렉스를 거의 같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와 같이 ‘융’의 콤플렉스 개념은 매우 광범위합니다.

대표적인 콤플렉스로는 프로이드가 제창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거세(去勢)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보다 못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열등감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가 있습니다. 열등감(劣等感,feeling of inferiority)은 자신이 남보다 못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느낌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조건 등 다양한 원인에서 열등감을 가지게 되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합니다. 지나친 열등감은 부정적인 행동과 태도를 갖게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초기 정신분석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dler)는 열등감을 보상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생활양식이 형성되어 간다고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효과로써, 콤플렉스가 사람을 발전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어려서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욕구를 억압하는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있었던 듯합니다. 부모님께서 신발을 사다 주셨는데 그동안 키와 함께 발이 자란 탓에 신발이 작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신발을 바꾸러 가기 힘드실까봐 신발이 작다는 말을 안 하고 신었습니다. 발에 맞지 않는 새 신발 때문에 발뒤꿈치가 벗겨져서 피가 났습니다. 통증 속에서 절뚝거리며 작은 신발을 신고 다니며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도 발뒤꿈치에는 그때의 상흔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네 명의 동생을 둔 큰딸로서의 책임감에 억눌려서 장녀 콤플렉스도 심합니다. 간절히 소망했던 국어교사의 꿈을 접고 동생들의 학업을 위해서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진학을 하는 바람에 지금도 못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 지냅니다.

며칠 전 문학행사에서 유안진 시인 특강에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책을 통해서만 접하다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습니다. 사진에서처럼 기품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제일 인상 깊은 점은 콤플렉스 고백이었습니다. 유안진 시인이 강단에 서자마자, 본인이 키가 작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강단에 서면 겨우 얼굴만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금 키에서 10cm만 더 컸어도 얼마나 좋았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한참 자라는 성장기에 형편이 어려워서 제대로 못 먹어서 키가 자라질 못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키가 작은 것이 가장 큰 콤플렉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시인을 살펴보니 키가 크질 않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가난은 시인의 대명사이며 시를 쓰려면 서럽게 살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특강 내용 중에 ‘완벽하게 모든 것이 풍족한 사람과 콤플렉스 없이 잘난 사람은 시인이 될 수 없고 문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수많은 콤플렉스 속에 살아가기에, ‘나는 자격이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짧고 쉽게 써야하는데 요즘 시가 너무 길고 어렵다는 지적도 크게 공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는 말이 ‘특히 시인에게 해당된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능력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이 패자가 되었을 경우에도 무척 원통해합니다. 하물며 능력이 있어서 내가 이길 수 있는데도 져주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좀 더 많이 져주려고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겠지요. 더불어, 쌀쌀해지는 계절이 좀 더 따뜻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